인천광역시 남구 숭의동(崇義洞). 숭의는 '옳은 일을 숭상한다'는 뜻이다. 1945년 일본이 패전한 뒤 해방을 경축하는 의미로 지었다. 당시만 해도 숭의동은 인천에서도 번화가였다. 1934년에 지어진 종합운동장도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몰렸다.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 길은 복잡하게 얽혔다. 세월이 흘러 숭의동은 구도심이 됐다. 당시 형성된 시장은 재래시장으로 남았다.
인천 스포츠의 성지였던 종합운동장은 2008년 6월 구도심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재개발에 들어갔다. 에이파크개발이 주도해 2012년까지 축구전용경기장인 '숭의파크 아레나'를 새로 짓고, 인근에 2013년까지 752채의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축구장을 사용할 권리를 받았다. 그리고 2012시즌부터 숭의구장을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구단 장기계획을 세웠다.
에이파크개발은 축구장 유지를 위해 기업형슈퍼마켓을 유치했다. 처음에는 구도심인데다 유지비도 30년 동안 6억 9000만원씩 내야하는 조건이라 대형유통업체들이 입주를 꺼렸다. 에이파크개발의 끈질긴 설득 끝에 홈플러스가 입점을 결정했다.
2010년 7월 박우섭 남구청장이 당선됐다. 그는 구도심에 있는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축구장 공사를 전면 중단시켰다. 홈플러스 때문이다. 숭의파크 아레나에서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재래시장인 용현시장의 반발이 거셌다. 홈플러스 측은 재래시장과 상생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치킨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용현시장은 "홈플러스가 주 72시간만 영업하고, 1차식품(농수산물) 판매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홈플러스는 절대 불가하다고 맞섰다. 몇 차례 협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16일 '지역 상인 우선 채용'을 골자로 하는 상생안을 가지고 허가서를 냈다. 9월 2일에 남구청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에이파크개발 관계자는 "허가서가 반려되면, 시공사인 우리는 사업을 포기할 생각이다. 인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으로 가는 것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에 인천은 "행정소송이 들어가면 3년 넘게 숭의구장을 쓰지 못한다. 당초 세워놨던 시즌권 판매와 경기장 네이밍 계획 등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모두 옳은 주장을 하는데 해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에이파크 산업개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