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고가 14년 만에 대통령배를 품에 안았다. 끝내기 견제사로 우승이 확정되는 예측불허의 드라마였다.
북일고는 27일 수원 구장에서 열린 제 4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스포츠토토 협찬) 결승전에서 윤형배의 역투와 김민준의 결승 2루타로 야탑고에 5-3으로 승리했다. 1987·1997년에 이은 대회 세 번째 우승이다.
우승의 주역은 2학년 우완 투수 윤형배(17)다. 북일고가 5-3으로 앞선 9회 말. 윤형배는 안타 두 개를 맞고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큰 것 한 방이면 동점 내지 역전까지 내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윤형배는 긴장하지 않았다. 대타 이진성을 146km의 직구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1루 주자까지 견제구로 잡고 팀에 우승을 안겼다.
윤형배는 이날 5-2로 앞선 4회 선발 송주영에 이어 등판해 6이닝을 7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 막었다. ‘칠 테면 쳐 보라’는 식으로 포수 미트 한가운데에 꽃아 댄 147km의 직구에 야탑고 타선은 속수무책이었다.
윤형배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24⅓이닝 동안 1실점 평균자책점 0.37을 기록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우수 투수상도 그의 몫이었다. 윤형배는 "MVP를 수상하긴 처음이다. 올 시즌 팀의 우승이 없어서 아쉬워했는데 마지막 대회서 우승을 차지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윤형배는 벌써부터 미국프로야구 3개 구단서 입단 제의를 받고 있다. 이정훈 감독은 "고교 최고 수준의 직구를 갖고 있다. 지금 신인드래프트에 나가도 전체 3순위 내에 지명될 것이다"며 칭찬했다. 지난 5월 전반기 왕중왕전 신일고 전에서는 2012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하주석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경기 뒤 눈물을 흘리며 벽을 내리칠 만큼 승부 근성도 갖췄다.
윤형배는 KIA 윤석민을 닮고 싶어한다. 그는 "윤석민 선배는 폼이 부드럽고 공을 쉽게 던지는 것 같다. 빠른 공에 다양한 변화구도 최고다"고 말했다. 아직 변화구 제구력이 부족한 그는 동계훈련 때 슬라이더와 커브를 가다듬고, 체인지업을 장착할 계획이다.
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의 이정훈 북일고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 친화력 있는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며, 2008년 말 감독 부임 후 전국대회에서 우승 3회·준우승 5회를 달성하는 지도력을 선보였다.
수원= 이형석 기자 [ops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