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점을 가장 먼저 통과한 카멜리타 지터(32·미국)는 순위를 확인하고 트랙에 엎드려 눈물을 쏟았다.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에서 지터가 10초90으로 1위를 차지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로 처음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딴 순간, 그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캠벨-브라운(29·자메이카)의 0.07초 차인 10초97로 2위, 켈리-앤 뱁티스트(트리니다드토바고)가 10초98로 3위를 차지했다.
지터는 현역선수 중 가장 빠른 여성이다. 2009년 상하이 그랑프리에서 100m를 10초64로 주파했다. 1988년 그리피스 조이너(미국)가 세운 세계기록(10초49)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다. 올 시즌도 10초70으로 기록이 가장 좋다. 기록으로만 따지자면 그의 우승이 유력했다.
하지만 지터는 그 큰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때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했다. 2007 오사카 세계선수권 100m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준결승에서 가장 좋은 기록(10초97)을 세우고도 결승 성적이 저조했다.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 100m에서도 동메달에 그쳤다. 큰 무대 '울렁증'이 번번이 그를 가로막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여자 100m가 남자 100m보다 더 재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던 지터는 자신의 말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의 다이내믹한 스타일은 돋보였다. 지터는 출발하자마자 탁월한 가속력으로 경쟁자들의 기를 꺾으며 레이스 중후반 승부를 결정지었다.
대구=장치혁 기자 [jangta@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