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신개념 공포 웹툰때문에 국내외 네티즌의 등골은 서늘하기만 하다.
최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해외 네티즌들이 국내 공포 웹툰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처음 한두명이 시작한 공포 웹툰 감상 열풍은 점점 퍼져 나가 현재 10여개의 공포 웹툰 감상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동영상 속에서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공포 웹툰을 보다 '오 마이 갓'이라며 비명을 지르고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한 영상에서는 비명소리에 놀란 외국인 부모가 자녀의 방으로 뛰어들어와 웃음을 자아냈다. 한글을 읽을 줄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문 번역판과 더빙판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들이 본 웹툰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2011 미스테리 단편 시리즈'에 게재하는 '봉천동귀신'과 ‘옥수동귀신'이다. 이미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로 입소문을 탔으나 해외까지 유명세를 떨치면서 'K-POP 한류'에 빗대 '웹툰 한류'라는 별명이 붙었다.
31일 현재 봉천동귀신은 5만2377개, 옥수동귀신은 4만8347개의 댓글이 달렸다. '마음의 소리'등 인기 웹툰이라도 보통 약 5000개 미만의 댓글이 달린다. 이밖에도 다른 미스테리 단편에도 댓글 1만개가 넘는 웹툰이 수두룩해 올 여름 공포 웹툰의 뜨거운 인기를 짐작케한다. NHN 관계자는 "공포 웹툰 덕분에 해외접속자가 증가하는 현상도 벌어졌다"고 밝혔다.
'봉천동귀신'과'옥수동귀신'은 웹툰 작가 호랑의 작품으로 도입부에 '많은 목격담 중 하나'라고 밝히며 현실감을 준다. 특히, 두 웹툰의 인기요인은 플래시 애니메이션 기술을 사용해 웹툰 속 귀신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봉천동 귀신은 아파트 단지에서 잃어버린 아기를 찾아다니는 귀신 이야기로 멀리 떨어져 있던 여자귀신이 정면으로 갑자기 뛰어들어오는 장면이 압권이다. 옥수동 귀신은 지하철에서 자살한 여자 귀신이 남학생을 철로로 잡아끄는 이야기인데 귀신의 손이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듯 사실적이다.
올 여름 공포 영화가 맥을 못 추고 TV납량 특집의 편성이 적어 공포 웹툰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올 여름 세 편의 국내 공포 영화가 나왔지만 모두 100만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던 것. TV에서도 예전과 달리 '구미호''전설의 고향'등의 납량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봉천동 귀신을 본 박남길(26·대학생)씨는 "TV·영화에서 볼 만한 공포물이 없어 아쉬웠는데 공포 웹툰이 갈증을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호랑 작가는 30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해외 네티즌에게)고맙기도 하고 그렇게 놀래켰으니 미안하기도 하다"며 "주변에 자랑하려고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 해뒀다"고 밝혔다. 이어 한류 웹툰이라는 말에 대해 "별로 큰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과분한 관심을 얻어 쑥쓰럽다"며 "이번 일로 국내 웹툰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을만한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뿌듯하고 보람차다"고 덧붙였다.
김학정 기자 [jungtim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