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규(24)는 올해 KBS 1TV 대하사극 '광개토태왕'으로 첫 드라마 연기를 시작한 '초짜'다. 주인공 담덕 역의 이태곤을 따르는 수하 중 '졸개' 역을 맡아 출연중이다. 이태곤과 함께 노예로 잡혀있다가 탈출후 주막에서 정보원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작은 역할이지만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자신감있는 연기를 보여줘 주목받고 있다. 앞서 이범규는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후 2009년 SK텔레콤 CF '비비디바비디부'로 처음 카메라 앞에 섰다. 이후 피자헛, 삼성카드, 카페베네 송승헌·한예슬 편에 이르기까지 11편의 CF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5편의 연극 및 단편영화 출연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쌓았으며 무엇보다 스스로 개성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색깔있는 연기자'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나."중학교 때 꿈은 애니메이터였다.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다가 실패한후 고등학교에서 다시 진로를 생각해봤다. 내신성적이 상위권이었으니 여유가 있어 다른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원래 멍석을 깔아주면 잘 노는 타입이고 남들과 다른 표현력이 있다고 생각해 연기 쪽으로 진로를 잡고 부모님을 세 번이나 설득한 후에 결국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언제인가."대학 때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섰는데 커튼콜 때 박수소리에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매력을 느꼈고 이 길을 평생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신인인데 CF 출연 경력이 많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영화 캐스팅 공고를 보고 회사를 찾아갔는데 마침 그 옆에 광고기획사가 있었다. 영화 제작진과 미팅을 하러 갔다가 나를 본 광고 기획사 직원 분이 '찾던 이미지'라며 미팅을 제안해 즉석에서 만남을 가졌다. 재미있는 게 영화 캐스팅은 좌절됐는데 그 길로 CF에 캐스팅이 됐다."
-첫 CF를 계기로 다른 CF까지 연결이 된 건가."처음부터 얼굴이 클로즈업됐고 관계자들 반응이 좋았다. 당시 제작진이 내 자료화면을 다른 기획사에 소개시켜주면서 홍보까지 도와줘 여러 CF에 출연할 수 있었다. 당시 제작진들이 나를 좋게 봐 준 것 같다."
-스스로 어떤 면 때문에 좋게 보인 것 같나."나름 '미친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 주변을 밝게 만드는 재주는 있는 것 같다. 그걸 개성으로 특화시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인 게 다른 분들에게도 좋게 보였던 것 같다."
-'광개토태왕' 이전에 카메라 앞에서 정극 연기를 한 적은 없나."사실 SBS '기적의 오디션'에 나간 적이 있는데 예선 탈락했다. 국내에서 제작중인 시리즈물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다섯 명 중 한 명의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했다. 시즌 1의 20회를 모두 녹음했는데 아쉽게도 아직 세상에 못 나오고 있다."
-'광개토태왕' 현장에 처음 갔던 날은 어땠나."나 빼고는 전부 쟁쟁한 선배님들이다. 애초 내 캐릭터는 5회만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미팅 당시 제작진이 '열심히만 하면 좀 오래 살려둘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38회 대본까지도 살아남았다. 야외촬영현장에서 인사를 하라고 하길래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다들 나를 보고 웃으시더라."
-주인공 이태곤과도 좀 친해졌나."이태곤 선배님은 나를 보고 '감독님이랑 무슨 사이냐'라며 오해를 했다. 처음 현장에 갔을때 감독님이 다들 보는 앞에서 나를 불러내 인사를 시켰기 때문이다. 결국은 하찮은 존재로 드러났지만.(웃음) 다행히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
-드라마에 나오니 가족들이 좋아했겠다."아유, 정말 장난이 아니다. 특히 할머니는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극중 내가 다쳐서 피가 흐르면 '어떻하냐'며 안타까워하셔서 '그냥 연기예요'라며 다시 말씀드리곤 한다."
-정통사극 연기가 쉽진 않을텐데."캐릭터가 강한 연기를 좋아하다보니 자제하는 게 쉽지 않다. 뭔가 막 보여주고 싶은데 억누르면서 자제하는 걸 배우고 있다."
-연기자로서 스스로 장점이 있다면. "여러가지 이미지를 가진 건 확실한 것 같다. 머리모양과 의상만 바뀌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멜로에서 코미디, 악역부터 선한 역할까지 모든 걸 다 해보고 싶고 또 잘 할 자신이 있다. 카메라와 관객 앞에서 정말 놀줄 아는 배우, 즐길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