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루가 '액션소녀'로 놀라운 매력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작곡가 주영훈의 프로듀싱 하에 솔로가수로 데뷔해 깜찍한 귀여움으로 어필하더니 9월 첫방송된 채널 CGV 3부작 '소녀K'에서는 대역도 없이 고난도 액션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액션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검술부터 시작해 사격, 격투에 와이어까지 가능한 모든 액션이 총망라돼있다. 감정연기 역시 남다르다. 첫 드라마인데도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평가. '제2의 하지원'이란 수식어를 넘어 '하지원을 능가할 수도 있는' 무서운 신예다. -'소녀K' 이후 캐스팅 제의가 많아졌을 것 같다.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소녀K'가 계속 재방송되고 있어 '아직 찍고 있나보다'라고 착각해 출연제의를 꺼리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액션 장르 제의만 들어오는 건 아닌가."액션배우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건데, 오히려 영광스러운 일이다. 액션을 할 수 있을때는 액션을 하고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면 그것도 열심히 하고 싶다."
-'소녀K'의 액션은 워낙 강도가 세다. 실패를 예상해본 적은 없나."실패확률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하고 나면 내가 배우는 게 많을 거라 생각했다. TV에서는 정말 보기드문 시도였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쟁쟁한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촬영중 부상이 잦았을 것 같다."이제 병원이 너무 친근하다. 액션 트레이닝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막상 액션연습을 시작하면 총 쏘고 검을 다룰 줄 알았는데 맞는 것부터 연습하더라. 정말 아팠다. 한번은 촬영중에 와이어를 타다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 상대배우에게 발을 얻어맞았다. 너무 아팠는데 일단 참으면서 찍고 난 뒤 끝나고서야 펑펑 울었다."
-미국 유학후 중국 북경예술학교에서 연기와 무술을 전공했다."워낙 욕심이 많았는데 부모님께서 딸을 믿고 지원해주셨다. 북경예술학교에 들어가서 연기를 공부하다가 갑자기 무술과 공부가 재미있어보여 복수전공을 했다. 그 때 배워뒀던 검술을 '소녀K'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소녀K' 오디션은 어떻게 통과했나."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을 봤는데 촬영 직전까지 캐스팅이 안 된 상태였다. 내가 거의 마지막에 오디션 기회를 얻었다. 감독님을 만나니 스트레칭을 해보라고 하더라. 검술도 보여줬다. 그날 저녁에 내가 주인공으로 확정돼버렸다. 다음날부터 바로 액션 훈련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생활해 국내에 친구가 없을 것 같다. "딱 한 명 있다. 중국에서 만났는데 그 친구가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다. 생각이 많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편인데 외롭다고 느껴질 때는 실컷 울어버리면 마음이 편하다. 외국에서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이 잦았던 탓에 유독 사람에 대한 정을 그리워하는 것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소녀K' 작업은 정말 좋았다. 촬영이 힘들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스태프들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김정태 선배님, 전미선 선배님도 너무 좋았다."
-가수 활동은 어떻게 이어갈 생각인가."앨범은 항상 준비중이다. 곡 녹음도 하고 있다. 애초 앨범 준비를 하다가 '소녀K'에 출연하게 된 거다. 하지만, 원래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전혀 불만은 없다. 지금은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
-주영훈 사장님은 어떠신가."평소에는 괜찮은데 녹음 작업할 때는 너무 까다롭다. 솔직히 요즘은 기계가 발달돼 어지간한 실수는 모두 커버가 된다. 그런데도 사장님은 옛날 방식대로 부르고 또 부르라고 한다."
-이상형은 여전히 배우 신하균인가."당연하다. 주영훈 사장님이 시사회장에서 신하균 선배님 옆에 앉아 '한그루가 하균씨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꼭 내가 직접 전하고 싶다. 또래 아이돌 가수들에게 대시를 받은 적도 있다. 5명 정도가 떠오르는데 내 이상형의 기준이 너무 뚜렷해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소녀K'의 무술감독님이 신하균 선배님이 주연한 영화 '고지전'의 무술도 담당했었다. 꼭 한번 자리 마련해주겠다고 해놓고선 '시간이 잘 안 맞는다'며 아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여유시간이 있을 때는 주로 뭘하나. "작년에 2종보통 면허를 땄다. 그래서 요새는 혼자 운전하고 나가 바람도 쐬곤 한다. 자전거를 타러 다니기도 하고 영화도 혼자서 잘 보러 다닌다. 민낯에 가방 매고 돌아다니다가 '쟤 한그루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만난다.(웃음)"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