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가 열렸다. 결승골을 터트린 수원 삼성 스테보(왼쪽)가 경기종료 후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이영목 기자 [ymlee@joongang.co.kr] 3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가 열렸다. 결승골을 터트린 수원 삼성 스테보(왼쪽)가 경기종료 후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이영목 기자 [ymlee@joongang.co.kr]
치열한 공방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후반34분. 4만4537명이 운집한 수원월드컵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홈팀 수원 삼성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스테보가 아슬아슬한 0의 행진에 마침표를 찍는 득점포를 쏘아올리는 순간이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동료 염기훈이 올린 볼을 박현범이 머리로 넘겨주자 뛰어들며 헤딩으로 FC 서울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득점 직후 스테보는 웃통을 벗어젖힌 채 환희의 질주를 했다. 동료들이 밝은 얼굴로 뒤를 따랐다. 상의를 벗은 것에 대해 심판의 옐로 카드가 뒤따랐지만, 선수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통산 60번째 'K-리그 슈퍼매치'서 수원이 웃었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숙적' 서울과의 K-리그 27라운드 홈경기서 1-0으로 이겼다.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수원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돌며 만세 삼창으로 팬들과 기쁨을 나눴다. 고개를 숙인채 힘없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서울 선수들과 대조를 이뤘다.
득점 집중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양팀은 90분간 서울 11개, 수원 10개 등 총 21개의 슈팅을 주고받았다. 유효슈팅도 6(서울)대 5(수원)로 엇비슷했다. 이 중 스테보만 유일하게 골 맛을 봤다. 데얀·몰리나(이상 서울) 등 서울이 내세운 킬러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침묵했다. 시종일관 팽팽하던 맞대결 분위기는 스테보의 득점 이후 수원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스테보는 수원의 보배다. 올 시즌 중반 14위까지 곤두박질하며 어려움을 겪던 7월 스테보를 긴급수혈한 뒤 또렷한 상승곡선을 탔다. 스테보는 각종 대회에서 8골로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제 수원은 3가지 대회 모두를 제패해 '트레블'을 달성한다는 꿈을 꾼다.
서울전 승리는 '승점3점'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무엇보다도 이번 승리를 통해 리그 3위로 도약한 점이 돋보인다. 수원과 서울은 승점48점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수원이 앞서 순위가 갈렸다. 수원이 3위에 오른 건 시즌 초반인 4월23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수원은 서울과의 60번째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통산 26승(14무20패)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치른 서울과의 두 차례의 정규리그 경기서 모두 이겨 자신감도 끌어올렸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 이란 원정 경기를 다녀온 직후임에도 시차와 체력의 불리함을 딛고 최선을 다 해 뛰어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남은 경기도 매 게임이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 3개 대회 모두 우승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매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