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와 감독의 자진 사퇴. LG 팬들은 자신이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구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LG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100여 명의 팬들이 선수들을 보고 가려고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 LG의 가장 '충성심' 강한 팬임을 자처했다. 그들에게 LG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에 응한 20명은 모두 올 시즌 최소한 15번 이상 야구장을 찾았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LG를 지켜본 그들은 박종훈 감독의 사퇴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MBC 청룡 시절부터 '골수 팬'이었다는 김진성(49·자영업)씨는 "(박 감독의 사퇴에) 심정적으로 아쉬움은 있다. 감독 혼자 잘못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명 중 19명이 '감독만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중 절반(9명)은 '스타 의식에 빠진 선수들을 장악할 보다 강한 감독을 원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한 달에 두 번은 LG 경기를 보러 서울에 온다는 정다희(29·유치원교사)씨는 "LG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리빌딩을 위해 5년을 기다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질색을 했다. "그러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14년이다.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17명이 리빌딩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그 중 "2년 안에 성과를 보여줄 감독이 와야 한다"는 팬이 11명이었다.
박 감독을 인간적으로 동정하면서도 한편으로 강한 감독을 원하고, 리빌딩을 원하면서도 2년 안에 성적을 내주길 원하는 게 팬들의 심정이었다. LG는 2009년 말 장기적으로 리빌딩을 하겠다며 박 감독과 5년 계약을 했지만 2년 만에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결국 팬들의 그 어떤 바람에도 부응하지 못한 셈이다. "LG가 그냥 좋다"는 윤영중(33·연구원)씨는 "솔직히 이젠 지쳐간다"고 털어놨다. 윤 씨와 같은 반응을 보인 건 30%(6명)나 됐다.
유선의 기자 [sunny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