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개막전 징크스'는 올해도 이어질까.
KCC는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그러나 KCC는 최근 4시즌 연속 개막전에서 패배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했던 시즌에도 늘 발동이 늦게 걸려 시즌 초반에는 하위팀에 발목을 잡히는 등 헤매기 일쑤였다. 이 탓에 KCC 앞에는 '개막전 징크스' 또는 '슬로 스타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게다가 단순한 개막전 패배가 아니라 사연도 많은 파란만장한 패배였다. 한국농구연맹(KBL)은 개막전 화젯거리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KCC를 라이벌 팀과 매치시키곤 했다. 지난 시즌에는 절친한 사이인 허재 KCC 감독과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이 개막전에서 격돌했다. 결과는 KCC의 67-71 패배였다.
그 전 시즌에는 '의형제'로 유명한 허재 감독과 강동희 원주 동부 감독이 맞붙었다. 이 경기에서 KCC는 79-89로 대패했다. 허 감독은 당시 경기를 마치자마자 다음 경기를 위해 부산으로 이동했다가 새벽까지 지인들과 술을 마셨는데, 이때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형길 KCC 단장은 "개막전이라면 이제 생각하기도, 말을 꺼내기도 싫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다. KCC는 2008~2009 시즌 개막전에서는 오리온스에, 2007~2008 시즌 개막전에서는 동부에 패배했다.
이번 시즌 KCC는 13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서울 SK와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허재 감독은 여유만만이다. 그는 "이번에도 징크스는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하며 껄껄 웃었다. 허 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 감독을 맡느라 비시즌에 거의 팀을 돌보지 못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코치가 나보다 팀을 더 잘 만들어 놨더라"며 "우리는 징크스를 죽 밀어붙일 생각이니까 개막전 징크스가 계속 되는지 한 번 지켜봐 달라"고 여유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