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리스트 웅산(38)이 두 번째 음악 여정을 시작했다.
최근 발표한 정규 6집 '투머로우'에서 개인적인 사랑 감정을 배제하고 세계인의 정신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치유'의 메시지를 담았다.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로 올라섰고, 틈틈이 대학교에 출강하는 바쁜 삶 속에서도 2년간 슬럼프를 겪은 끝에 나온 앨범이다.
웅산은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보니, 내 에너지를 다 쓴 기분이었다. 그릇은 비워져 있는데 새로 채울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 자신을 충전했다. 그 사이 터진 동일본 대지진도 그에게 의미하는 바가 컸다.
그는 "라스베이거스는 굉장히 화려하다. 하지만 지역을 벗어나면 헐벗은 사막이 나타난다. 나 또한 굉장히 바쁘고 화려한 인생을 살았지만 한 발자국 밖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이 희망을 느낄 수 있게 치유를 노래했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투머로우'는 굉장히 편안한 곡이다."이 앨범을 작업했을 당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재해에 속이 상했고,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누가 들어도 편하게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여유 없는 삶 속을 내려놓고 음악 속에서 치유가 됐으면 했다."
-최근 2년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고."음악적으로 힘들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는 아니다. 갑자기 일본에서 큰 상을 받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 쓴 기분이었다. 새로운 것을 채워야 했다. 그릇은 비워놨는데 음악적으로 담을 것이 없는 공허한 상태였다."
-어떻게 극복했나."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웅산 밴드를 오래했다. 하지만 변화를 주기 위해 밴드 멤버를 교체했다. 조윤성이라는 피아니스트를 만났고, 다른 세상이 열렸다. 나에게는 이 앨범이 전환점이 됐다. 스탠다드한 재즈만 해왔다면, 이번에는 유기농적인 음악을 했다. 전자 악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따듯한 소리를 냈다."
-분위기 전환이 됐던 일은."1월 미국에서 여행 겸 연주 공연이 있었다. 혼자서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막에서 차를 몰고 3시간 정도를 갔는데 굉장히 좋았다. 라스베이거스는 화려하지만, 지역을 벗어나면 헐벗은 사막이 나타난다. 화려한 인생을 살았지만 한 발자국 밖에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서른 후반의 나이에 음악도 중요하지만 나를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톱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98년도부터 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오사카의 20명 남짓 되는 클럽에서 음악을 시작했고, 이후 간사이 지방에서 활동하다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언론의 힘보다는 라이브를 통해서 알려져 신뢰도가 더 높은 것 같다. 최근 일본 '재즈오디오디스크대상'에서 보컬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비구니가 되려고 했었다."불교와 재즈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 추구하는 세계관부터 비슷하다. 자연을 추구하고, 편곡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윤회사상과도 닮았다. 세상을 향한 큰 사랑, 즉 자비심도 불교와 재즈에 있다."
-여태 솔로다."2005년부터 솔로다. 내 인생을 통틀어서 30대에 가장 건강하고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지나고 나니까 '그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구나', '좋은 사람을 만나서 같이 음악을 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음악가이다 보니, 다가서기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다. 이야기 해보면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가수 알리의 보컬 선생님으로 알고 있다."알리를 단국대 생활 음악과에 뽑은 게 나다. 나중에 알리가 방송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워낙 성실한 친구였다. 코러스를 해도 가장 열심히 했고, 공연이 끝나면 뒷정리를 하는 것도 이 친구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다."
-MBC '나는 가수다'에 나갈 생각은 없나."'불후의 명곡'의 장점은 아이돌 가수가 댄스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가수들을 모아놓고 순위를 매긴다. 이 점이 이해불가다. 대가들이 나가서 열창하는 모습에 후배들의 음악을 바라보는 눈이 좀 더 진지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앞으로의 일정은."12월 31일까지는 국내 공연으로 바쁘다. 이후에는 아시아 쪽으로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1월 중순 일본에서 앨범을 발표하면 3월부터는 전국 투어를 돌 생각이다. 여름에는 유럽으로 한 달 정도 다녀올 계획을 잡았다. 1년 중 60일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내 인생에도 여백이 있었으면 좋겠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사진=포니캐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