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게임 전시회라고 하면 미국의 'E3'·독일 '게임스컴'·일본 '동경게임쇼'·한국 '지스타' 등을 꼽는다. 콘솔게임이나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의 최신작들이 소개되는 세계적인 게임 전시회다. 하지만 이런 게임 전시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인용 게임으로 분류되는 카지노 게임 전시회도 있다. '도박 전시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 게임 전시회와 다르지 않다. 미국·일본 등의 유명 회사들이 100조원대의 카지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새로운 카지노 게임기 등을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여기에 한국 업체도 뛰어 들어 '카지노 한류'를 꿈꾸고 있다.
○…G2E, 100조원대 카지노 시장 쟁탈전지난 4~6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글로벌 게이밍 엑스포(G2E) 2011'이 열렸다. G2E는 카지노 게임기(슬롯머신)를 비롯해 게임 소프트웨어·환전 시스템·카드 섞기 및 분류기·카지노 경영·카지노 인테리어 등 카지노 산업 전반에 걸쳐 열리는 비즈니스 전시회(B2B)다. 2001년 미국에서 처음 개최돼 올해로 11회째이며 아시아 시장이 커지면서 2006년부터 홍콩 마카오에서도 열리고 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전시회에는 미국·영국·중국·일본 등은 물론이고 북한까지 114개국 530여개 업체가 참가해 신작 경쟁을 펼쳤다. 특히 IGT·발리·코나미·WMS 등 세계적인 카지노 게임 개발 및 유통사들은 마이클 잭슨·'섹스앤더시티' 등 유명 연예인이나 드라마 등을 접목시키거나 진동 의자 등을 도입한 카지노 게임기를 선보였다. 당기기만 하던 단순한 카지노 게임기가 콘텐트와 첨단 기술로 무장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 각국의 카지노 영업장 관계자들은 이들 신작 중에 대박을 칠 게임기를 잡기 위해 전시장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게임기 하나만 잘 골라도 수조원대의 매출이 나기 때문이다.
○…'카지노 한류' 꿈꾸는 하이다코 세계 유수의 카지노 업체간 전쟁터인 G2E에 한국 업체도 있다. 카지노 게임 개발사인 하이다코다. 2001년 세워진 하이다코는 카지노를 범죄시하는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07년 처음으로 G2E에 6종 12대의 게임기로 참가했으며 올해는 29종 34대를 출품했다. 낚시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헤이 피싱'과 '수퍼 라이징' 등 신작을 비롯해 2009년 G2E에서 히트 상품으로 꼽힌 '슈퍼 자이언트', 지난 6월 마카오 전시회에서 화제를 모은 한국 음식 소재의 '퀴진 파라다이스', 인디언을 겨냥한 '발리언트 워리어' 등이다.
하이다코 전시 부스는 100, 200부스의 유명 업체보다 한참 작은 15부스로 규모면에서는 별 볼일 없지만 인기만은 그렇지 않다. 전시회 동안 IGT나 WMS 등 세계적인 회사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재형(53) 하이다코 회장은 "올해는 무슨 신작이 나왔는지 궁금해 매년 찾아오는 단골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하이다코의 기술력이 인정받았기 때문. 하이다코는 2009년 세계 최고 카지노 산업 인증기관인 GLI(글로벌 래보러토리 인터내셔널)로부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인증을 받았다. 또 화려한 그래픽과 게임기 외형, 다양한 콘텐트 등으로 차별화된 게임기를 만드는 회사로 소문이 나있다.
하이다코는 기술력과 차별화로 세계의 문을 두드린 노력의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마카오에 20대를 시작으로 필리핀 등 동남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칠레 등 남미에도 카지노 게임기를 수출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카지노의 성지'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에 입성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미국 카지노 시장은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5년째 G2E에 나오면서 신뢰를 얻어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다코는 수출 물꼬가 트이면서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회장은 "내년에는 종이처럼 접히는 LED로 까볼 수 있는 전자 카드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에 '카지노 한류'를 일으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각국 정부가 카지노 산업을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우리도 죄악시만 하지 말고 대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미국)
글·사진=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