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 KB국민은행 프로농구가 13일 오후 7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전주 KCC와 서울 SK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이번 시즌 역시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총 6라운드의 정규리그를 거쳐 6강을 추린 후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우승팀을 가린다. 이번 시즌에는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와 대형 신인들의 등장으로 10개 팀 전력이 평준화돼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제대로 만났다.
한국프로농구(KBL) 사상 처음으로 220㎝가 넘는 '거인' 두 명이 동시에 리그에 선을 보인다. 종전까지 KBL 최장신이던 전주 KCC의 하승진(26·221㎝), 그리고 이번 시즌 삼성의 외국인 선수 피터 존 라모스(26·222㎝)가 가세했다.
둘은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함께 밟은 인연이 있다. 200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라모스가 전체 32순위로 워싱턴 위저즈에 지명됐고, 하승진은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입단했다. 라모스는 워싱턴에서 한 시즌 동안, 하승진은 포틀랜드와 밀워키를 거치면서 2006년까지 두 시즌을 뛰었다.
하승진은 라모스에 대해서 "골 밑에서 정말 위력적이다. 내가 라모스를 막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라모스 역시 나를 막기 어렵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라모스는 하승진에 대해 "NBA에서 봤을 때 덩치가 엄청났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농구팬들은 벌써부터 '거인'들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 KCC와 삼성은 23일 전주에서 1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 하승진 "라모스 무서워, 이제 외곽슛도 쏠 것" KCC는 겉으로는 태연한 듯 라모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라모스가 시범경기 원주 동부 전에서 첫선을 보이자 허재 KCC 감독이 경기 끝나기가 무섭게 강동희 동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라모스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봤다는 후문이다.
하승진에게 시범경기에서 라모스를 본 소감을 묻자 "무서워 죽겠더라"며 특유의 농담부터 던졌다. 그리고 "라모스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골 밑에서 위력적이더라. 그래서 이번 시즌부터는 나도 미들슛, 외곽슛까지 범위를 넓혀서 공격하려 한다"고 했다. 하승진이 골밑을 벗어나 외곽슛을 던지면 허재 감독의 '레이저 눈빛' 공격을 받지 않을까. 허 감독은 "성공하면 모르겠지만, 못 넣으면 경기 후 야단 좀 치겠다"고 받아쳤다.
하승진은 서장훈(LG·207㎝) 이후 KBL에 등장한 최고의 거인이었다. 그가 2008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한국 무대를 밟자 그의 키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KBL에 있는 키 측정기구로는 하승진의 키를 잴 수 없어서 KBL이 특수 기계를 들여왔을 정도로 화제 만발이었다. 골 밑에서는 그를 막아낼 선수가 없었다. 하승진은 데뷔 첫 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 봤다. 지난 시즌에도 역시 우승컵을 안았다. 2009~2010 시즌에는 부상 탓에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고, 이 탓에 KCC는 챔프전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승진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시범경기에서 뛰지 않았다. 그는 "우리 팀에서 내가 빠지면 갑자기 평균 신장이 뚝 떨어진다. 내가 부상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가능한 오래 코트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삼성 선수들도 "라모스 무서워요"라모스는 지난달 1일 입국해 삼성에 합류했다. 삼성은 라모스를 '모시기' 위해 일반 차량 대신 선수단 버스를 공항에 보냈다. 행여 일반 차량이 비좁을까봐 걱정해서다. 또 구단 숙소에는 길이 240㎝의 침대를 특별제작했다. 푸에르토리코에 있던 라모스에게 미리 옷을 몇 벌 보내 달라고 해서 그 사이즈에 맞춰 유니폼을 제작했다. 미국 사이즈로는 쓰리엑스라지(XXXL), 한국 사이즈로는 파이브엑스라지(XXXXXL)에 이르는 초대형 옷이다.
삼성 농구단의 신흥수 씨는 "위압감을 줄 정도로 덩치가 엄청나서 처음에는 삼성 선수들도 라모스를 무서워했다"며 "하지만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는 서로 라모스와 같이 사진을 찍겠다며 달려들었다"고 했다.
라모스는 큰 키와 동시에 패스 센스를 갖춘 게 장점이다. 김상준 삼성 감독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라모스를 선택했다"고 했다. 패스 능력과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하승진보다 한 수 위다. 삼성 관계자는 "실책이 잦은 선수에게 한국 고참 선수들이 하듯 '잘 하라'며 화를 낸다. 또 '내가 상대 수비를 몰아놓고 외곽에 기회가 나는 동료에게 패스를 해줄테니 나를 믿으라'며 설득한다. 리더십이 돋보이더라"고 말했다. 삼성이 라모스를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삼성은 최근 플레이오프에서 KCC를 만날 때마다 무릎을 꿇었다. KCC를 넘기 위해서는 하승진보다 큰 선수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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