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문경은 SK 감독대행의 혹독한 신고식
서울 SK 문경은(40) 감독대행은 경기 내내 땀을 흘렸다. 경기 후반에는 반쯤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문 감독대행이 혹독한 '사령탑 신고식'을 했다. SK는 1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은행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전주 KCC에 66-92로 졌다. 26점 차 패배는 역대 프로농구 개막전 최다 점수 차 패배(종전 2005~2006 시즌 동부, 개막전서 오리온스에 23점 패)다. 문 감독대행은 지난 시즌 직후 SK의 감독대행 직을 맡았고, 이날이 지도자 데뷔전이었다.
문 감독대행이 이끈 SK는 완패했다. 1쿼터 3분 만에 두 자릿수 점수차로 끌려갔고, 3쿼터 한때 31점 차까지 끌려갔다. KCC는 2쿼터 중반부터 3쿼터가 끝날 때까지 아예 디숀 심스(15점·2리바운드)를 빼고 경기했다. 그래도 SK는 추격의 발판마저 마련하지 못했다. KCC는 이날 코트에 나선 11명의 선수들이 모두 득점했다.
문 감독대행은 경기 전 "긴장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어젯밤에는 두 번이나 깼다. 낮에도 잠깐 자려고 누웠는데 3시간 동안 헛생각만 했다"고 털어놨다.
굳어있던 그의 표정은 경기가 시작한 후 더욱 굳어갔다. 3쿼터 2분50초를 남겨두고 32-65로 점수가 벌어지자 망연자실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경기 후 "뭐라 딱히 말을 못하겠다. 나 스스로도 여유가 없었다. 존슨이 하승진을 밖으로 끌어내서 플레이를 해야했는데 실패하면서 상대에게 속공을 허용하는바람에 기를 살려줬다"고 말했다. SK는 조직력이 채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었고, 공격에서는 알렉산더 존슨(20점·10리바운드)에게만 의존했다.
반면 KCC는 SK를 농락했다. 221㎝의 하승진은 스타팅 멤버로 나와서 8점·14리바운드·2가로채기로 활약했다. 높이에서 SK를 압도했다. 전태풍(15점·6도움)은 크로스오버 드리블(공을 다리 사이로 넣었다가 빼는 드리블)로 SK 선수들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현란한 드리블로 SK 수비를 몰고 다니다가 순식간에 외곽, 혹은 골밑으로 패스를 찔러줬다. 안팎에서 터지는 KCC 득점포에 SK는 기를 펴지 못했다. KCC 신인 김태홍은 데뷔전에서 14점·5리바운드·3블록으로 깜짝 활약했다.
KCC는 이날 승리로 개막전 4연패에서 벗어났다. 전태풍은 경기 후 "개막전 4연패 중이라 스트레스 받았어요. 하지만 경기 잘 풀렸어요"라면서 활짝 웃었다. 그는 "올해는 KCC가 처음부터 다 이길 거예요. 올해 장난 아녜요"라며 서툴지만 쾌활한 '전태풍 식 말투'로 소감을 대신했다.
전주=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