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4인조 시크릿(전효성 송지은 한선화 징거)은 가장 폭넓은 팬층을 가진 걸그룹. '마돈나''매직' 등 강렬한 섹시 무대로 젊은 남성팬을 흔들더니 음악방향을 확 틀어 '별빛달빛' '샤이보이'에선 귀여움을 무기 삼았다. 아이돌의 노래라면 감히 엄두도 못낼 아저씨, 아줌마들도 자신있게 노래방에서 부를 만큼 쉽고 편안한 멜로디가 강점. 덕분에 초등학생, 중장년들도 시크릿의 팬이 됐다.
몸값이 한껏 뛴 시크릿을 지난 주 가을빛이 완연하게 내려 앉은 서울 정동의 한 공원에 만났다. 휴대폰도 반납한 채 철저한 관리 속에 숙소 생활을 해 온 이들은 "데뷔 후 대낮에 이렇게 얼굴을 내놓고 활보하기는 처음"이라며 잔뜩 흥분 상태. 시크릿의 신곡 '사랑은 무브'가 공원에 울려퍼지자 넥타이 부대들이 귀를 쫑긋 세웠고, 덕수궁에 소풍나온 남학생들이 뒤늦게 시크릿을 찾아 헤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공원에서 인터뷰를 하니 어떤가. "데뷔 후 처음으로 대낮에 거리를 활보한다. 공기가 정말 상쾌하다. 가을 단풍이 이렇게 예쁘다니…. 예전엔 평범하던 맞았던 가을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진다."(전효성)
-가을하면 떠오르는 건 없나. "가을에 태어난 아이다. 얼마 전 생일이었다. 그래서 늘 가을이 내 계절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가을이 오면 박정현 선배님의 '편지할 게요'란 노래를 찾아듣게 된다. 왠지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효성)
"학창시절 가을에 사생대회에 나갔던 생각이 많이 난다. 일산 호수공원에 자주 갔는데 호수물을 받아서 그림을 그리곤 했다. 하하."(송지은)
"중학교 때 친한친구 5명이 '오공이파'를 결성했다. 하하. 중학교 3학년 가을에 친구들과 소망을 적은 타임캡슐을 부산 금명중학교 운동장에 묻어놓았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돼 다 같이 찾아보러 갔는데 그 자리에 나무가 심어져 없어졌다. 그때 타임캡슐을 묻었던 가을하늘이 잊혀지지 않는다."(한선화)
-그 사이 일본 진출을 했다. 솔직히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나온 건 없다. 먼저 데뷔한 소녀시대·카라 등 선배님들은 정말 대단하시다. 우린 그냥 딱 신인이다."(징거)
-한국에 돌아오니 어떤가. "일본에선 신인이라서 기가 많이 죽었는데 한국 오니 정말 좋다. 일본에선 또 해야할 숙제가 산더미다. 또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 방송에 나가도 잔뜩 긴장하게 된다. 한국에 오니 익숙한 스태프들이 많아 정말 좋다."(송지은)
-스토커는 없나. "얼마 전에 좀 섬뜩한 일이 있었다. 회사 앞에 나이 많은 남자팬이 나를 만나야 한다고 찾아와서 계속 기다렸다. 며칠을 계속 회사와 숙소 앞을 지키고 있었다. 징거가 혼자 연습하고 나오는데 그 남자분이 서 있다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 매니저가 차를 몰고 와 위기를 모면했다." (전효성)
-신곡 '사랑은 무브'의 반응이 좋다. "80~90년대 분위기 나는 복고풍의 신나는 댄스곡이다. 지나치게 신나고 파워풀해서 사실 퍼포먼스를 하려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한시도 쉴 틈이 없이 몸을 흔들어야 한다. '웃지좀 마'는 거의 무대에선 처음 시도하는 발라드 곡이다. 매일 열심히 춤추다가 표정 연기 하려니 정말 어색하다. 2AM 선배님들이 '죽어도 못 보내' 부를 때 무대에서 연기하는 영상을 보면서 연습 했다." (한선화)
-소녀시대와 컴백이 겹쳤다. 맞대결 구도인데. "아휴 우리가 무슨 소녀시대 선배님과 경쟁을 하나.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들과 같은 시기에 활동을 해서 영광이다. 비교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우리는 묵묵히 차곡차곡 시크릿의 이미지를 쌓아서 징그럽게 오래 노래하는 걸그룹이 됐으면 한다. 나이 들어서도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으니 다행이다."(전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