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에 ‘모녀(母女)’라인이 탄생했다. 25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W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된 양지영(18·숙명여고)과 어머니 문경자(47) 씨가 그 주인공이다. 어머니 문씨는 80년대 농구 스타로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다.
드래프트 결과를 확인한 어머니 문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딸의 손을 꼭 잡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내가)뛰던 팀에 가게 돼서 영광이다. 지영이가 삼성생명에 꼭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문씨는 실업농구 시절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양지영은 “(드래프트에서)상위로 지명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어디든 됐으면 했는데, 삼성생명에 가게 돼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지영의 동생 양인영(16·숙명여고)도 농구선수다. 세 모녀 모두 180cm가 넘는 장신이다. 아버지의 키도 188cm로 ‘농구 유전자’를 타고 났다. 자매가 농구를 시작한 것도 대만에서 코치를 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였다.
“어머니가 가르치는 것을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처음 농구공을 잡을 무렵을 회상한 양지영은 “막상 농구를 시작한 뒤엔 어머니께 맞아가며 배웠다”며 웃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농구장 가서 땀을 한 번 빼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즐거워졌다”고 할 땐 눈빛이 반짝였다. 천상 농구선수였다.
어머니 문씨는 “(지영이가) 체력이나 스피드가 좋고 3점슛 능력도 있다”면서도 “자신감이 부족해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다. 파워 면에서도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지영은 “아직 어머니가 농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웃으며) 어머니가 안 보여주신다”며 “고등학교 땐 어머니의 존재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아니다. 열심히 해서 어머니 뒤를 잇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지영을 지명한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은 “키가 큰 포워드가 필요했다. 지영이는 3점슛도 좋고, 포워드외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열린 여자농구 신입 선수 드래프트에선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박다정(19· 인성여고) 등 총 12명이 프로 팀에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