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3차전은 지명타자 싸움에서 갈렸다. 삼성 부동의 4번타자 최형우(28)는 찬스마다 헛방망이를 돌리며 흐름을 끊었다. 안치용 대신 선발 출장한 SK 최동수(40)는 팀을 2연패에서 구해내는 대포를 쏘아올렸다.
빛-최동수의 한 방
이날 경기에 앞서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오늘은 최동수를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킨다"고 말했다. 1·2차전에서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뺐지만 2차전 8회 삼성 마무리 오승환에게서 안타를 터뜨리는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단다.
이 대행은 "최동수가 오승환 공도 쳤는데 치지 못할 공이 어디 있겠나"고 말했다. 그러더니 지나가던 최동수를 불러 "오늘은 안타 2개 부탁한데이"라고 말했다.
2개는 필요 없었다. 한 방이면 됐다. 최동수는 1-0으로 앞선 5회 1사서 삼성 선발 저스틴 저마노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위풍당당하게 다이아몬드를 돌고 홈플레이트 앞에서 그는 헬멧을 벗어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다이빙하듯 홈을 밟았다.
상당히 과한 세리머니였지만 양 팀 통틀어 최고참인 그에게 시비를 걸 사람은 없었다. 이날 만 40세 1개월 17일이 된 최동수는 지난해 SK 박경완이 때린 KS 최고령 홈런 기록(38세 3개월 5일)을 경신했다. 자신이 지난 8일 준PO 1차전서 기록한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40세 27일) 역시 갈아치웠다.
그림자-최형우의 헛방
2011 최고 타자인 최형우는 KS 1차전에서 2루타 두 개를 때린 뒤 계속 부진한 타격을 보이고 있다. 3차전에선 뼈아픈 아웃을 네 차례 당했다.
0-0이던 1회 2사 1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3회 2사 만루에선 SK 선발 송은범에 삼진을 당했다. 0-2로 뒤진 6회 무사 1루에선 2루수 병살타를 때렸다. 8회 1사 1·3루 마지막 찬스를 맞았지만 2루 플라이에 그쳤다. 변화구에 방망이가 자주 헛돌며 KS가 진행될수록 폼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가뜩이나 득점력이 빈곤한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는데 4번타자가 매번 주자를 앞에 두고 '헛방'을 쳤으니 공격 루트가 뚫릴 리 없다. 이날 4타수 무안타에 그친 최형우는 KS 3경기에서 타율 2할(10타수 2안타)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