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야구 중계나 게임 방송을 틀어놓고 섹스하는 남자가 아니길 바란다. 두 사람 사이에 또 다른 자극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성인 방송을 보는 것을 제외하고 TV를 켜두고 섹스를 하는 건 옳지 않다. 리쌍도 노래하지 않는가. ‘널 너무나 사랑해서 TV를 껐어.’
남자가 만들어내는 무드는 곧 그 여자의 가치이다. 섹스의 뇌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어야 할 그 순간에 눈이 TV에 고정되어 있는 남자를 달가워할 여자는 한 명도 없다. 너무나도 예의에 어긋난 태도이다.
무드를 잡는 걸 어렵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많다. 여자들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장미잎이 뿌려진 침대 위에서 샴페인과 초콜릿이 발린 딸기를 먹으며 까르르거리다 하는 섹스를, 남자 입장에서는 오글거릴 캐노피와 핑크빛 장식이 가득한 공주풍의 침대에서의 섹스를 꿈꾸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자들도 잘 알고 있다. 현실의 섹스는 각자의 방 아니면 섹스를 나누기에 적합한 숙박업소라는 것을. 그럼에도 노력해주길 바란다. 무드라는 건 적당한 조명과 음악이 있으면 충분히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침대 옆에 분위기를 살려줄 은은한 스탠드 하나 가지고 있지 않는 싱글 남성은 실격이다. 형광등은 섹스의 적이다! 플레이리스트에 최신가요('나가수' 경연곡이나 '슈퍼스타K' 미션곡도 포함)만 있는 남자들도 귓가에 경고음이 울려야 한다.
섹스의 배경음악, 약간 끈적한 느낌을 연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즈에서 선곡한다면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보다는 색소폰 연주가 포함되어 있는 게 야릇한 분위기를 줄 수 있다. 내가 남자와 단둘이 있는데 존 콜트레인의 1962년 Ballads 앨범을 튼다면 '너랑 곧 섹스하겠다'는 말이다.
클래식도 의외로 섹스와 좋은 조합을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드뷔시를 추천하고 싶다.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Plays Debussy 앨범은 달빛에 조금 더 사로잡히는 느낌을 주는 연주를 들을 수 있어 밤의 시간과 잘 어울린다.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조금은 격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 일렉트로닉한 음악들도 도움이 된다. 슬로우 잼 장르의 음악들. 섹시한 알앤비 스타일, 특히 니요나 존 레전드의 섹시한 목소리도 SEX BGM으로 무난히 합격이다. 섹스는 리드미컬한 몸의 움직임이기에 약간의 그루브가 포함된 음악은 리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가장 탁월하고 훌륭한 섹스의 배경음악은 누가 뭐라고 해도 두 사람의 호흡이다. 그러므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서로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면 무드를 잡기 위해 사용했던 BGM의 볼륨을 최소화할 수 있게 리모트컨트롤을 사용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신음소리와 몸이 마찰하는 음이야 말로 섹스를 가장 섹시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현정씨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소녀적인 판타지가 넘치지만 생각 보다는 바람직한 섹스를 즐기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desirable-h.tistory.com]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