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배낭을 메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해가 지면 작은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배낭을 메고 다시 행선지를 향해 떠난다. 캠핑이 대중화되면서 캠핑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솔로캠핑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이다.
▶호젓한 곳을 찾아 산 정상으로
솔로캠핑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외국에서는 ‘백패킹(Backpacking)’이라 부르는 야영 문화가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다. 좀 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노마드(Nomad : 유목민) 캠핑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조용하고 여유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게 좋다. 짐도 간소하게 꾸려야 한다. 오토캠핑은 장비를 차에 싣고 이동하지만, 솔로캠핑은 모든 것을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남 하동군 악양 들판에 솟은 지리산 형제봉(1105m)으로 솔로캠핑을 떠났다. 정상에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 있어 정상까지 임도가 나 있어 짐을 지고 가기에 부담 없다.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의 시야를 제공하고, 바닥은 보드라운 수풀이 깔려 있어 야영 장소로는 더없이 좋다.
그러나 꼭 지켜야 할 점이 있었다. 하동군청 조문환(46)계장은 “야영은 가능하지만 취사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버너ㆍ코펠을 이용해 밥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국유림 어느 곳이나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는 취사가 금지돼 있다.
형제봉은 화개면 부춘리 뒤편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마을에서 산 정상까지는 약 10km, 꼬박 3시간이 걸린다. 해가 질 무렵 형제봉 정상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텐트를 쳤다. 산 정상에 1인용 텐트 세 개가 터를 잡았다. 큰 무덤 위에 놓인 아기무덤처럼 살갑다. 솔로캠핑을 야영ㆍ취사ㆍ이동 장비가 필요하다. 물이 없는 곳에서 야영할 생각이라면 식수도 짊어지고 가야 한다. 모든 장비를 배낭에 넣어야 하므로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일수록 좋다.
무엇보다 혼자 캠핑하려면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항상 지도ㆍ구급약 등을 챙기고, 일기예보를 주시하는 게 좋다. 솔로는 외롭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밤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행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달빛 별빛 그리고 작은 텐트 하나
장엄한 산세와 수려한 물길이 노을 속에서 불타고 있다. 북쪽에 자리한 펑퍼짐한 시루봉(1113m)이 손에 잡힐 듯하다. 그 너머로는 우뚝 솟은 천왕봉(1905m)의 실루엣이 선명하다. 발 아래로는 섬진강의 물길이 유유히 흐른다. 시루봉 아래서 시작한 개천은 악양 들판을 지나 섬진강과 합수하고, 광양을 지나 남해로 흘러들어간다. 산 아래 화개와 악양을 지리산과 섬진강을 두루 취한 마을이라 해서 ‘섬지마을’이라고 한다는데, 그렇다면 이 형제봉 정상은 ‘섬지’의 배꼽 정도 되지 않을까.
음력 9월 보름달 아래 형제봉은 랜턴을 쓸모없는 장비로 만들어버렸다. 인공 불빛이 아니라 오직 달빛과 별빛이 비추는 산하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문득 산에서 맞는 캠핑은 없는 것이 많을수록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채만한 텐트도 없었고 아이스쿨러도 없었다. 삼겹살 익어가는 소리도 없었다. 만약 그런 것이 있었으면 외려 이 아름다운 정취를 방해하는 훼방꾼이 됐을 것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달빛과 별빛은 교교해졌다. 보름달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하늘이 보일 정도였다. 무수한 별빛에 우리 일행은 자정이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히말라야 고원이나 아프리카 사막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무수한 별빛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텐트 아래 악양 들판에 점점이 놓인 가로등불은 또 하나의 은하수였다. 산 아래서부터 저 멀리 광양 앞바다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광양제철소가 밝히는 불야성은 한밤에 지는 노을이었다. 은하수가 수평선에서 불에 타고 있었다.
이튿날 산에서 맞은 일출도 장엄했다. 텐트 안에서 머리를 괘고 누워 게으른 해맞이를 했다. 해가 뜰 무렵 지리산 능선은 한 점의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형제봉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20분쯤 뒤에 형제2봉(1117m)을 만나고 이어 악양 들로 내려간다.
※TIP-이달의 캠핑 장비 : 1인용 텐트
1인용 텐트는 솔로캠핑의 필수 장비다. 소재와 무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저렴한 것은 20만원부터 무게가 1kg이 되지 않는 고산 등산용 텐트는 150만원에 달하다. 겉감 소재는 나일론부터 고어텍스까지 다양하다. 보통 폴 2개를 이용한 ‘X’자 구조가 주를 이루는데, 방수 커버를 씌우면 송편을 모로 세운 듯한 모양이 된다. 텐트 안은 성인 1명이 간신히 누울 정도로 좁은 편이지만, 그래도 좁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야영이 가능하다. 블랙야크 1인용 텐트는 무게가 약 1.5kg으로, 부피도 작아 30~40ℓ 배낭 안에 충분히 집어넣을 수 있다. 겉감은 나일론, 폴은 두랄루민 소재로 가격은 26만8000원이다. 후원=블랙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