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40만~50만원대의 아웃도어 점퍼와 명품지갑이 유행하면서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일부 중·고생들은 '남들 다 입는 거 안입으면 왕따 당한다'며 압박하거나 심지어 욕설까지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어 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매장서 부모에게 욕설까지
최근 포털사이트 등의 게시판에서 'N브랜드 알바생의 푸념'이라는 글이 화제다. N 아웃도어 매장 아르바이트생이 남자 고등학생 손님의 엽기 행각을 소개한 것으로 아이디 '머스크메론'이 이를 소재로 만화까지 그려 반응이 뜨겁다. 이에 따르면 남학생은 47만원짜리 패딩을 골랐고, 값을 본 어머니는 놀라 저렴한 것을 선택하라고 했지만 '거지인 줄 안다. 조용히 하라'라는 말과 욕설을 뱉으며 결국 47만원짜리 패딩 점퍼를 사갔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패륜'이라며 혀를 찼지만 일부 중·고생들은 '남들이 다 입는 거 안 입으면 창피하다'며 남학생을 옹호하는 반응을 보였다.
40만~50만원짜리 입어줘야
중·고생들에게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이 유행한 건 최근 일이 아니다. 2년 전부터 조금씩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2의 교복'이 될 정도로 많아졌다는 점과 웬만한 가격대의 패딩 점퍼로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유명 아웃도어 점퍼를 입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아이들 간의 대우가 달라진다. 성북구 D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모(18)군은 "대세는 40만원대다. 20만원짜리를 입으면 (싼 거 입었다고) 놀림을 당하곤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주로 입고 있는 브랜드와 제품의 가격대는 25만~50만원선. 빅뱅을 모델로 쓰는 N브랜드의 패딩은 25만~50만원이며 아이돌 가수 2PM이 선전하는 N브랜드는 30만~40만원, 원빈이 광고에 나오는 K브랜드 역시 30만원대다.
여기에 여고생들 사이에서는 명품지갑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만원대를 훌쩍 넘는 M·L 브랜드와 같은 고가 지갑은 기본이고 몇 백만원을 훌쩍 넘는 명품 C브랜드의 지갑까지 등장했다. 여고생 박모(16)양은 "주로 부모님을 졸라서 산다. 비싸서 안 사준다고 하면 금식을 하며 부모님을 위협하는 친구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연예인처럼 입는데 160만원…부모 한숨
최근 상위권 아웃도어 브랜드는 모두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앞세우고 있다. 연예인들을 따라하고 싶은 청소년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예인 모델이 입고 있는 기본 착장 아이템을 모두 구매하는데 평균 160만원이나 든다.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등 마케팅 비용이 올라가면서 생산원가의 4~5배 가량 비싸진 것. 한 학부모는 "아이가 유명한 옷을 안 입으면 왕따를 당한다고 해 사줄 수 밖에 없다.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