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심상치않다. 지난 7월 600회를 계기로 코너를 물갈이하더니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방송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휩쓰는 건 물론이고 출연 개그맨들의 인기도 올라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시청률 역시 마찬가지. 평균 15%대(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유지하다가 조금씩 상승세를 타더니 10월에 들어서부터는 20%를 넘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30일 방송에서는 2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20%대를 유지했던 것처럼 또 한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최장수·최고인기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비결을 짚어봤다.
▶공감가는 코너 신설로 호응 유도
각 코너가 가진 매력과 재미는 '개그콘서트' 전체 인기를 상승시키는 주요인이다. 특히 1차원적으로 웃음을 유도하기보다 공감지수를 높여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코너가 많아진 게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효종의 '애정남'은 '공감대 개그'의 대표적인 코너. '축의금은 얼마가 적당한가' 등 규칙이 없고 애매한 생활 속의 여러가지 상황들을 끌어들이고 규칙을 정해주는 형식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생활의 발견' 역시 마찬가지다. 이별하는 남녀가 각 장소별로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지 위트있게 보여주고 있다. '사마귀 유치원'은 사회현실을 풍자해 때로는 씁쓸하고 때로는 통쾌한 웃음을 안겨준다. '헬스걸'은 비만이었던 개그우먼 이희경과 권미진이 체중을 줄여나가는 모습을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만여성들이 30kg 이상 감량에 성공해 '55사이즈'를 입게 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면서 다이어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코너다.
그외 '달인' '감수성' 등 고참급 선배들이 이끄는 코너와 '비상대책위원회' '서울 메이트' 처럼 개인기가 돋보이는 코너들도 함께 앙상블을 이뤄 즐거움을 주고 있다
'생활의 발견'에 출연중인 개그맨 송준근은 "재미있는 코너를 잘 골라내고 적절히 배치했던 게 유효했다. 코너를 물갈이하는 과정에서 전 연령대가 두루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코너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보는 이들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코너들이 많아져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그맨을 알아야 개그프로를 만들지, 개그맨 이해하는 제작진
안전운행을 해오던 '개그콘서트'가 속력을 내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난해 말 10년간 '개그콘서트'를 이끌었던 김석현 PD가 떠난후, 서수민 PD가 사령탑을 맡으면서 변화가 시작됐고 그 효과는 몇달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수민 PD는 1999년 '개그콘서트'가 첫방송되던 당시 2년간 조연출로 참여했던 원년멤버다. 이후에도 '폭소클럽' '개그사냥' 등의 프로그램에서 KBS 개그맨들과 함께 일을 해왔다. 현재 '개그콘서트'에 출연중인 개그맨들의 데뷔 시절과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또 함께 해왔던 셈. 그만큼 개그와 개그맨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능성없는 개그'를 단칼에 잘라버리는 야속한 면이 있지만, '될만한 개그'는 수차례 테스트 기회를 다시 주면서 발전되길 기다려주는 심미안을 가지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개그맨을 아는' PD이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다는 게 최대장점. 결국 제작진과 개그맨 사이의 자유로운 소통이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현재의 성공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서수민 PD는 "아무래도 적응하는 기간이 좀 빨랐던 건 사실이다. 예전부터 잘 아는 개그맨들이 많아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테스트 기회를 많이 주고 발전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브랜드화
'개그콘서트'가 현재에 이르게 된 비결중 하나는 브랜드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개그맨들의 의지에 있다. 타 방송사에서도 '개그콘서트'의 스탠딩 공개코미디 형식을 차용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잠시 호황기를 누리다가 곧 사라졌다. 좋은 코미디를 만들기 위한 시간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개그맨들 역시 인기를 얻자마자 타 프로그램으로 전향하는 등 이합집산이 잦았던 게 원인 중 하나다.
반면에 '개그콘서트'는 개그맨들이 꾸준히 한 자리를 지키면서 '개그콘서트 전속 개그맨'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말이 '전속'이지 사실 묶여있어야할 이유는 없는 상태. 하지만,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무대 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타 프로그램 출연횟수를 줄이면서까지 아이디어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김준호와 이대희·박성호 등 초기부터 함께 해온 '개국공신'들 외에 황현희·최효종·박지선·김원효 등 인기많은 '2세대'들도 타 프로그램 활동보다 '개그콘서트'에 유독 열성을 보이고 있다. 이수근은 강호동의 뒤를 이을 예능 MC감으로 지목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최근까지 '개그콘서트'에서 자기 자리를 지켰다. 출연료와 주목도가 타 프로그램에 비해 떨어지는데도 '친정'이란 생각 때문에 충실한 태도를 보여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올해 유력한 예능대상감으로 손꼽히는 김병만도 여러 프로그램을 병행하면서 '달인' 코너에 소홀함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애정남'의 최효종은 "어린 시절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개그맨의 꿈을 키웠고 이제야 이 무대에 서게 됐다. 예능MC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라 절대 소홀할 수 없다"면서 "가장 나다운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너무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고 '개그콘서트' 무대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수민 PD도 "'개그콘서트 만의 개그맨'이 있다는게 우리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그들끼리 단합력도 좋다. 선배급 개그맨들이 현장에서 녹화시작 전 바람잡이 역할까지 자처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등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이고 있어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