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 스타가 되면 구단은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이적료를 챙긴다. 그러나 어떤 선수는 연봉만 축내다가 팀을 떠난다. 스카우트가 중요한 이유다. 2012시즌 드래프트에는 469명의 선수가 지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원자다. 그러나 축구계는 대어급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각 구단 스카우트는 진흙탕에서 옥석을 가리기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송선호 인천 유나이티드 스카우트를 지난달 27일 김천에서 만났다. 그는 대학축구 U-리그 챔피언십이 열리는 김천에서 2주 동안 살았다고 말했다.
◇검버섯은 훈장
송 스카우트는 자신의 눈 밑에 검버섯을 가리켰다. "이게 스카우트의 상징"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뙤약볕에서 아래서 하루 종일 경기를 봐야하니 검버섯이 없는 스카우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에는 그동안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집 밖에서 생활하는 날이 1년에 3~4개월은 된다." 그는 주말도 없이 전국의 축구장을 누비고 다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담당인 송 스카우트는 매주 금요일이면 대학축구 U-리그 경기를 관람했다. 주말에는 권역별로 치러지는 고교리그 경기장을 찾았다. 인천 1군의 경기도 빼놓지 않고 본다. 방학기간에는 지방에서 열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전국대회를 지켜본다. 때로는 인천 1군이 상대하는 팀의 경기도 미리 살핀다. 전력분석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는 "1년에 직접 보는 경기가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150~200경기 정도 된다"고 말했다.
◇채로 거르듯 선발
그는 2001년부터 SK에서 스카우트 생활을 시작했다. SK에서 구자철과 조용형 등 국가대표급 선수를 직접 뽑았다. 2011년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인천 스카우트로 부임했다. 그에게 선수 선발 비법을 묻자 "많이 보는 것이 최선"이라며 답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경기를 지켜보며 메모를 멈추지 않았다. 송 스카우트는 "이렇게 메모한 것은 항상 컴퓨터로 옮겨 기록한다. 내 컴퓨터에는 어지간한 고교와 대학교 선수 자료는 모두 있다"고 말했다.
송 스카우트가 주목하는 건 골이나 어시스트 등 밖으로 드러나는 기록이 아니다. 그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눈에 들면 체크한다"고 귀띔했다. 일단 눈에 띈 선수는 기본기·스피드·패스·정신력·발전가능성 등 축구 선수에게 필요한 자질을 세세하게 나눠 집중 분석한다.
그리고 지도하는 감독에게 선수의 가정환경과 성격, 사생활까지 캐묻는다. 이중 프로 1군의 감독이 좋아할 만한 선수를 다시 가려낸다. 그는 "선수 하나를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7년까지 살핀다"고 했다. "특히 주전으로 뛰지 못하다가 노력해서 주전으로 올라온 선수에게 가산점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는 걸러진 선수들을 1라운드부터 번외지명까지로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한국 스카우트의 한계
국내 프로축구 시장은 크지 않다. 16개 K-리그 구단 중 스카우트 숫자가 2명을 넘는 팀은 서울과 수원 정도다. 일부 구단은 구단 직원이 스카우트 업무를 함께 한다. 가장 중요한 선수선발에 관심 갖기 힘든 구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세계에 20~30명의 스카우트를 고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송 스카우트는 "선수를 잘 선발하는 것이 구단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구단들은 스카우트에 소홀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팁
2012년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는 9일 오전 9시 30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다. 신인선수 지명 순서는 성적과 관계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추첨으로 정해진다. 이번 드래프트부터는 클럽당 우선지명권이 무제한으로 늘어났다. 지난 시즌까지는 4명을 뽑을 수 있었다. 또 우선지명권 행사시 사라졌던 3라운드 지명도 가능해졌다.
각 구단은 2일 우선지명 선수를 발표했다. 포항이 9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지명했고, 제주·전북·수원·전남이 각 8명, 서울·대구가 7명, 광주 6명, 성남 5명, 부산·인천·울산이 각 4명, 대전·경남이 각 2명씩을 지명했다. 우선지명선수의 연봉은 2000만~5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