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프로농구에 이런 새내기는 없었다. 슈퍼루키가 화끈한 덩크슛과 겁 없는 플레이로 농구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서울 SK의 가드 김선형(23·187㎝)이다.
김선형은 지난달 22일 인천 전자랜드 전에서 폭발적인 덩크슛 2개를 성공시켜 화제를 모았다. 프로 첫 덩크는 스틸에 이은 호쾌한 원핸드 덩크슛, 두 번째 덩크 때는 투핸드 덩크슛을 한 뒤 림을 잡고 용솟음쳐 올라가며 매달리는 쇼맨십까지 더했다. 경기 후 그는 배짱 좋게 "첫 덩크가 좀 심심했던 것 같아서 두 번째 덩크는 멋을 좀 부려봤다"고 했다.
김선형의 덩크슛 동영상은 순식간에 농구팬들 사이에 '화제의 영상'으로 퍼졌다. 과거 키 180㎝ 대의 '토종 가드' 중에서 김선형처럼 호쾌한 덩크를 구사하는 선수는 찾기 어려웠다. SK 김경언(21·185㎝)이 지난 시즌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 참가해 화제가 되긴 했지만 그는 2군에서 뛰는 후보 선수다. 농구대잔치 시절 이상민(39·183㎝·은퇴)이 간혹 덩크를 한 적은 있지만 김선형처럼 림을 부술 듯 뛰어올라 꽂아 넣는 파워 덩크는 아니었다. 7일 경기도 용인의 SK 체육관에서 김선형을 만나 덩크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스피드와 긴 팔에서 나오는 점프력
코트 바닥에서 림까지의 높이는 305㎝, 농구공의 직경은 24㎝다. 덩크슛을 하려면 팔이 330㎝ 높이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농구연맹(KBL)에 등록된 김선형의 신장은 187㎝. 김선형은 "운동화를 벗고 잰 키가 187.3㎝라서 농구화를 신으면 1~2㎝는 커진다"며 웃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덩크를 하기에 넉넉한 키는 아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김선형의 서전트 점프(제자리 높이뛰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인 평균이 30㎝, 프로농구 평균이 50~60㎝ 정도다. 20대 때 이상민의 서전트 점프는 80㎝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도 서전트 점프 기록을 재 본적이 없다는 김선형은 "평균도 안 된다. 한 40㎝ 정도일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김선형은 "서전트 점프가 좋은 선수들은 파워존(골반을 중심으로 허벅지, 허리와 배를 가리키는 영역)이 좋다. 나는 파워존도 두꺼운 편이 아니다. 근육량도 표준 정도"라고 말했다.
김선형이 덩크를 할 수 있는 비결은 스피드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기도 했던 김선형은 100m를 12초대로 달린다. 그는 "서전트는 몰라도 러닝 점프는 자신 있다"고 한다. 김선형의 윙스팬(양 팔을 벌렸을 때 총 길이)은 자신의 키보다 10㎝ 가량이 더 긴 196㎝다. 김선형은 또 다른 비결로 연습을 꼽았다. 그는 "점프력은 하면 할 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 대학 때 연습을 많이 했던 게 덩크의 비결 아닐까"라고 웃었다.
덩크 콘테스트 출전은 '글쎄요'
김선형은 중앙대 시절부터 '단신 덩커'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2월 대학농구연맹전 명지대와 경기에서는 전반에만 3개의 덩크를 터트린 적도 있다. 김선형은 "송도중 시절에는 꼬마였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키가 갑자기 컸다. 덩크는 고3 때에야 처음 했다"며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야간 운동 시간에 연습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할 수 있는 덩크는 원핸드와 투핸드, 리버스 덩크를 비롯해 5가지 정도. 김선형은 "투핸드 덩크가 멋있긴 한데 확률이 낮은 편이라 원핸드를 많이 한다"고 했다.
김선형은 프로에 와서는 사실 덩크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힘들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 얘기도 나오지만 조심스러워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김선형은 "우리 팀에도 덩크를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사실 덩크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멋있는 덩크를 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덩크는 못 해서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