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정말 빠른데 타고난 거예요? 훈련을 통해서 빨라진 건가요? 또 쉬는 날은 뭐하면서 보내는지 궁금해요. 나도 똑같이 따라하게.
"공은 많이 던져야 빨라지는 것 같아. 피칭할 때 세게 던지는 버릇을 들여야 팔 스윙도 빨라지고. 연습 피칭할 때도 변화구나 제구력보다는 강한 공을 던지는 데 신경을 쓰지. 그리고 쉬는 날? 아마 인욱이처럼 똑같이 놀 걸?"
KIA 이범호(30)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베네수엘라)을 잊지 못하겠다. 석민이가 그날 선발이었는데 상당한 중압감 속에서도 1회 1번타자 엔디 차베스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다음 타석에서도 차베스를 삼진으로 잡고서 능청맞게 씨익 웃던 석민이 얼굴이 생생하다. 메이저리거를 깔본다, 갖고 논다는 느낌이었다. '윤석민이 이 정도 투수였나', '이 정도 배짱이었나' 싶었다. 그때 상황을 설명해 달라."
"기억나요. 선두타자를 맞아 볼카운트 2-2에서 체인지업을 던져서 삼진으로 잡았어요. 전혀 타이밍을 못 잡기에 다음 타석에서는 아예 체인지업만 던졌더니 역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삼진을 당하더라고요. 제가 베네수엘라 타자들을 갖고 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요. 다만 겁내지는 않았습니다. 마운드에 서서 (타자가) 무섭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나는 그냥 내 공을 던지는 거고, 안타 맞으면 할 수 없는 거고. 그거죠."
LG 박현준(25)
-최고의 시즌을 보낸 걸 축하한다. 다승왕 경쟁을 할 때는 나도 컨디션이 좋았는데, 한 발 뒤처지니까 따라잡기 정말 힘들더라. 끝까지 의연하게 시즌을 운영하는 걸 보고 역시 대단한 투수라고 새삼 감탄했다. 하지만 나도 욕심이 있다. 내년에는 내가 다승·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은데 한 번 양보해 줄 생각은 없나.
"(피식 웃으며) 내년 시즌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타이틀은 시즌 초반에 결정되는 게 아니고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을 때 힘을 내야 하는 것 같아. 내가 볼 때는 현준이가 올 시즌 초반 공이 아주 좋았거든. 그런데 투구수가 많아 후반기엔 체력이 떨어진 듯해. 올해 좋은 경험을 했으니 내년에 체력관리를 잘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야. 물론 난 (타이틀을) 양보할 생각은 없어."
LG 임찬규(19)
-2005년 입단하셨을 때는 지금처럼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언터처블'이 되고, 국내 최고의 오른손 투수가 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있으셨나요. 후배들을 위해 노하우를 공개해 주세요.
"프로에 처음 입문해서는 그냥 1군에서 던지는 게 꿈이었거든. 그런데 신인으로서 첫 해 1군에서 던졌기에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 역시, 자신감이야.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기대감을 갖게 됐고. 그렇게 세게, 세게 던지면 돼. 그러다 보니 몸에 살도 붙고 공에 힘도 붙었지. 찬규는 나 신인 때보다 훨씬 잘했잖아. 그걸로 된 거야. 계속 안 좋은 것만 생각하고, 그 이유를 찾아 변화를 하려다 보면 계속 꼬이는 법이야. 그런 생각은 안하는 게 좋아. 대인배처럼, (류)현진이처럼 해맑게 웃고 다시 공을 던지는 거지."
SK 송은범(27)
-석민아, 나는 '날씬했을 때' 직구가 날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도 너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라지만, 살이 찐 다음에는 공에 무게감이 조금이나마 있는 기분이다. 너는 무척 마른 편인데, 살을 찌울 생각은 없는가? 일부러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거야?
"4년째 체중 85㎏를 유지하고 있어요. 지금 체중이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음식을 잘 먹기는 하지만 체질상 살이 많이 찌는 편도 아니고요. 입단했을 때 체중이 76㎏였거든요. 점점 살이 쩌서 92㎏까지 나간 적이 있어요. 그때 발목 부상도 입었고 시즌 최다패(2007년 18패)를 당했죠. 안 되겠다 싶어서 맞춘 게 지금이에요."
SK 윤희상(26)
-예전에는 '프로야구에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더니, 정말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해외 진출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
"지금 제 꿈입니다. 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는 않잖아요. 구단과 싸우면서 가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은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과 KIA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 그 중간이에요."
한화 한상훈(31)
-오른손·왼손 타자 구분 없이 잘 던지는 것 같더라.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중 어떤 구종을 먼저 생각하는가.
"변화구를 던질 때는 가급적 타자 눈에서 멀어지는 공을 던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왼손 타자들에게는 체인지업, 오른손 타자들에게는 슬라이더가 좋죠. 그런데 던지다 보면 좌·우 타자를 상관하지 않을 때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