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 투수 임찬규(19)는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 대화명을 '곡소리 나는 스케줄'로 바꿨다. 지난 7일 최우수선수(MVP) 및 신인왕 시상식에 참가한 뒤 밤늦게 진주 마무리훈련 캠프에 합류할 때만 해도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좋은 기회"라며 "(지옥훈련이) 기대 된다"고 말했던 그였다.
하지만 5일씩 다섯 번을 도는 마무리 훈련 중 한 턴이 지난 지금 그는 "곡소리가 절로 난다. 장난 아니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내야수 윤진호(25)도 "거의 죽음"이라며 지옥훈련 분위기를 전했다.
김기태 LG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하자 시원하게 웃었다. 그는 "훈련장에선 그런 티 안내고 죽어라 뛰니까 모르는 척 하고 있다"며 "훈련을 고생으로 생각할 지 기회로 여길지는 선수들 마음에 달린 것이다. 물론 강도가 센 훈련이다. 하지만 이 마무리훈련을 잘 따라오면 (훈련이) 끝난 뒤 반드시 남는 게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훈련 스케줄이 빡빡해 선수들이 조금 지쳤겠지만 집중력은 더 날카로워졌다"며 "한 턴을 돌면서 선수들이 훈련에 본격적으로 임할 수 있는 몸 상태와 마음가짐을 만든 것 같다. 처음에 시키는 대로 따라만 가던 선수들이 이제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훈련이 그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 감독이 새 코칭스태프들과 상의해 설정한 이번 훈련의 주된 컨셉은 '능동'이었다. 힘든 훈련은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지만 선수들이 그것을 이겨내고 스스로 더 움직여주길 기대하고 훈련 스케줄을 짰다. LG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정신력 문제도 이런 훈련 과정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고 믿었다.
김 감독은 낮선 코칭스태프와 시작한 마무리훈련이 처음에 혼란도 있었지만 차차 틀이 잡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됐던 '김무관 타격코치-최태원 팀 배팅 코치' 조합의 명확한 역할 분담도 두 번째 턴부터는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최 코치는 "타격에 두 명의 코치가 붙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역할이 겹치거나 서로 상반된 지시를 해 역효과가 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내 역할은 기회가 왔을 때 혹은 희생타가 필요할 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타격 기술을 지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보다 많은 수의 코칭스태프가 투입된, 이 훈련이 LG의 체질개선에 필요한 기반을 놓을 수 있을까. 1993년부터 선수와 스카우트, 코치로 LG를 18년 동안 지켜온 김정민 배터리코치는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다. 몇몇 선수들에게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