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은 15일 열린 레바논전에 박주영(경고누적)·기성용(부상)이 빠지자 '플랜B'를 꺼내들었다. 공격진에 이근호(26·감바 오사카)와 손흥민(19·함부르크SV)·이승기(23·광주FC)·서정진(22·전북 현대)을 투입했다. 손흥민과 이승기는 생애 첫 A매치 선발 출전이었다. 또 서정진은 본인의 세 번째 A매치였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열악한 운동장 사정과 압도적인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다.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짧은 패스 플레이는 사라졌다. 조 감독은 레바논전 패배 직후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경기력과 그렇지 않을 때 경기력 차이점이 크다"며 주전과 비주전 실력 차를 인정했다.
조 감독은 그동안 주전 선수 위주의 선수 기용을 했다. 붙박이 주전 11명의 조직력을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키워가겠다는 계산이었다. 연습 때도 주전과 비주전을 확실히 나눠가며 훈련했다.
한 선수는 "내가 후보 선수인 걸 알고 있다. 주전 선수들이 너무 확실해 끼어들 틈이 없다"고 말했다. A대표팀에 발탁된 후 경기 출전 기회를 잡아보지 못하고 떠난 선수도 수십 명이다.
주전을 명확하게 정해놓는 것은 조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주전의 빈자리가 생겼을 때는 대체 자원을 찾기가 어려워 쉽게 위기에 빠진다.
이날 레바논전은 조 감독 부임(지난해 8월) 이후 박주영·기성용 없이 치른 첫 경기다. 그동안 두 선수를 중심으로 한 '플랜A'에 집중하다가 역공을 당한 셈이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게 아니다.
12명의 예비 선수가 더 있다. 최종 예선이나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주축 선수가 빠지는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제라도 '플랜B'를 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