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의 엠블럼은 방패 문양이다. 엠블럼처럼 부산은 방패가 단단하다.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강한 팀이 유리하다. 부산은 6강에 올라온 팀 중 유일하게 스리백을 기본 전술로 쓴다. 에델-황재훈-이요한으로 연결되는 중앙 수비라인은 촘촘하다.
안익수 감독의 새벽 특훈까지 받은 이들은 단기간에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갖췄다. 부산의 스리백 앞에는 지난해 FC서울에서 우승을 경험한 김한윤이 버티고 있다. 주포 스테보가 빠진 수원의 공격진이 뚫기 쉬운 수비라인이 아니다.
방패가 강하다고 창이 무딘 것도 아니다. 부산은 방패 뒤에 날카로운 창을 숨기고 있다. 올 시즌 리그와 리그컵에서 통틀어 부산은 62골을 넣었다. 이는 전북 현대(68골)와 포항 스틸러스(71골)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부산이 공격은 역습이 중심이다. 좌우 날개 임상협과 파그너는 빠르다. 두 선수는 마토와 곽희주가 버티는 수원 수비진의 약점인 스피드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원은 올 시즌 부산에 3경기 모두 패했는데, 부산의 역습에 무너졌다.
또 다른 강점은 세트피스다. 오른발 전문키커 박종우가 빠진 것이 뼈아프지만, 최전방 공격수 한상운의 왼발 킥은 염기훈 못지 않게 날카롭다. 한상운은 "K-리그에서 내 왼발이 최고라 생각한다"며 킥에 자신이 넘친다.
부산은 정규리그에서 49골을 넣었는데 이중 12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31경기에서 9골 8도움을 기록한 한상운은 세트피스에서 3골 3도움을 올렸다.
'우승청부사' 안익수 부산 감독의 정신교육도 남다르다. 축구계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26번의 우승을 경험한 안 감독은 부산의 우승 전통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은 1983년 창단한 이래 4차례 우승을 차지한 명문이었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우승이 없다.
안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함께 부산의 부흥을 이끌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정신무장으로 부산의 약점으로 꼽히는 '경험'을 젊은 패기라는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안병모 부산 단장은 "어린 선수들이 한 번 해보자는 의욕이 강하다. 사소한 일에도 징크스를 붙이며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산
골키퍼 이범영이 올림픽팀에 합류해 후보 골키퍼가 없다. 전문 골키퍼는 전상욱 한 명만 남았다. 중앙 미드필더 박종우가 올림픽팀에 차출돼 전력에서 빠졌다.
▶키워드- 복수
수원과 부산은 K-리그에서 4차례씩 정상에 오른 명문이다. 그러나 두 팀의 악연은 깊다. 시작은 1999년 챔피언결정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호 감독이 이끌던 수원은 K-리그 2연패를 노리고 있었고, 장외룡 감독대행의 부산은 2년 만에 정상탈환을 꿈꾸고 있었다. 10월 27일 부산 구덕에서 열린 1차전에서 수원이 2-1로 승리했다.
4일 뒤 수원에서 열린 2차전. 부산이 선제골을 넣었다. 당시에는 원정골 다득점이 없어 부산이 승리할 경우 3차전은 잠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반 36분 부산 수비수의 자책골로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그리고 1998년 부산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샤샤가 손으로 골든골을 넣으며 수원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에도 수원은 부산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다. 2001년 리그컵과 2009년 FA컵 결승에서도 수원은 부산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수원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과 15차례 맞대결에서 10승 5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며 전통명가 부산의 자존심을 뭉갰다.
그러나 올 시즌 두 팀의 이야기가 역전됐다. 안익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부산은 수원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뒀다. 두 팀은 서로 다른 의미의 복수를 준비 중이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부산 아이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