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예리한 창이라도 두터운 방패로 물샐 틈 없이 막아낸다면 승리할 수 있다. 2011 프로축구 준플레이오프(23일 오후 7시반·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는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는 국가대표 골키퍼의 맞대결로 흥미를 모은다.
수원 정성룡(26)과 울산 김영광(28)은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다. 하지만 잠시 태극마크는 뒤로 밀쳐두고 소속팀 수문장으로서 상대 공격을 막고 승리 지킴이가 되어야 하는 숙명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에서 정성룡은 주전이고 김영광은 백업이다. 맞대결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다.
정성룡(26·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넘버원 골키퍼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A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으로 도약했고, 이후 정상의 자리를 꾸준히 지켜가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참가하는 골키퍼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다.
정성룡은 현재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오른발 발가락 아래에 염증이 생겼다. 통증도 심하다. 매일 진통제와 항생제 등 주사를 4~5대씩 맞으며 버티고 있다. 올 한 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뛴 후유증이다. 하지만 정성룡은 "지금은 아플 틈도 없다"며 웃어넘겼다. 20일 열린 부산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무실점(1-0승) 승리를 이끌어냈다.
정성룡은 울산을 만난 것에 대해 "이번 경기가 나와 (김)영광이 형의 우열을 가리는 무대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선의의 경쟁인 만큼 승리를 양보할 마음은 전혀 없다"고 의욕을 보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와 FA컵,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리그컵, A매치 등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피곤하지 않나.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기를 치러본 것이 경험을 쌓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
-울산과 서울 중 어느 쪽을 만나길 원했나.
"내심 울산이 올라오길 바랐다. 홈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랑블루의 응원을 등에 업고 싸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른 팀 선수들은 아마 모를 거다."
-울산의 경기를 본 소감은.
"공중볼을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역습도 빠르다."
-울산 선수들 중 가장 주의할 선수는.
"(설)기현이 형이다. 우리와 경기할 때 골을 넣은 적이 있어 요주의 대상이다. (곽)태휘 형이나 (김)신욱이는 높이가 있어 세트피스 상황에서 조심해야할 것 같다."
-정규리그 실점률이 경기당 1.07골이다. 김영광(0.92골)에 살짝 뒤지는데.
"플레이오프는 지난 기록으로 치르는 경기가 아니지 않나. A매치나 K-리그 포스트시즌 등 중요한 경기에 많이 나서본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부상을 당한 오른발의 상태는.
"병명은 '봉와직염'인데, 일종의 염증이다. 최근 대표팀 중동 2연전 도중에 생겼다. 붓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나을 듯 나을 듯하면서도 증상이 빨리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버텨야 한다."
-앞서 싸운 부산과 앞으로 만날 울산을 비교한다면.
"울산은 전체적인 선수들의 면면에서 부산에 앞선다. 울산과 우리가 모두 세트피스에 강점을 갖는 팀들이라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