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도발이 신선하다. 신인여가수 살찐 고양이(21·본명 김소영). 곱고 새침하게 생긴 얼굴만 봐선 발라드나 세련된 댄스곡이 어울릴 법한 그는 강렬한 비주얼과 자극적인 음악으로 무대를 물들인다. 빨갛게 염색한 머리와 고양이 꼬리에 귀까지 달고 나와 데뷔곡 '내사랑 싸가지'를 외쳐댄다. '싸가지 꺼져버려'라고 과격하게 시작한 노래는 검정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할퀴듯 들어올린 강렬한 동작으로 마무리 된다. "살찐 고양이란 기사 제목을 보고 클릭을 했던 분들이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야? '라며 놀라더라. 그런 반응이 정말 재밌다"는 엉뚱발랄한 살찐 고양이. 걸그룹 전쟁 속에 씨가 마른 여성 솔로 시장에서 강한 개성으로 단번에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름에 얽힌 사연이 제일 궁금하다.
"데뷔 하기 전 사장님이 '살찐 고양이 어때?'라고 물으시더라.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고 '예?'라고 반문했다. 너무 이상해서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집에 와서 살찐 고양이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봤다. 사진이 여러장 나왔는데 한참 보고나니 귀엽기도 하고 도도하기도 하고 사납기도 하고…. 여러가지 묘한 매력이 느껴지더라. 어차피 튀는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장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살찐 고양이란 예명에 주위 반응도 뜨겁겠다.
"부모님이 처음엔 이름이 그게 뭐냐고 하시더라. 친구들 반응도 한결 같이 그랬다. 이젠 좀 지나서 익숙해 진 모양이다. 아직도 인터넷 댓글보면 신기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 '고양이 기사인 줄 알고 클릭을 했는데 사람이네요?'라는 댓글도 여러개 봤다. 튀겠다는 목적 달성은 확실히 했다."
-어떻게 데뷔하게 됐나.
"실용음악과(한양여대)에 다니다 졸업을 앞둔 2학년 때 지금 회사에서 오디션을 봤다.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실용음악과에 진학했지만 사실 가수가 되겠다는 꿈이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재작년 '슈퍼스타K'시즌1 예선에서 합격을 하고도 2차 시험은 보지 않았다. 그러다 졸업시즌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고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오디션을 봤다."
-장혜진 교수가 조언을 했다고 들었다.
"1학년이 끝날 무렵 장교수님과 면담을 했다. 어떤 길을 걷고 싶냐고 해서 가수쪽은 생각이 없다고 답했더니 '네가 가진 재능이 아깝다'며 아쉬워 하셨다. 나중에 가수로 진로를 굳히는데 교수님의 그때 말씀이 도움이 됐다."
-예쁜 외모 때문에 거리 캐스팅도 많이 됐을 것 같은데.
"아니. 절대 아니다. 내 평생 이렇게 날씬해 본 적이 없다. 데뷔를 앞두고 20㎏을 폭풍감량했다. 작년 12월에 대표님을 처음 만나 1월에 마지막 오디션을 끝낸 뒤부터 한달에 5㎏을 감량해 데뷔를 하게 됐다. 나도 이런 날씬한 모습에 깜짝 놀란다. 살을 빼려고 눈만 뜨면 운동하고 고구마와 양배추를 주식으로 살았다. 마녀스프 다이어트까지 안해본 게 없을 정도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실용음악과에 가는 것부터 계속 반대를 하셨다. 대학 가서도 매니큐어 바를 시간에 영어단어를 하나 더 외우라고 하실 정도로 가수를 시킬 생각이 전혀 없으셨다. 그러다 지금 사장님이 '나도 딸이 있다. 부모의 마음으로 따님을 돌보겠다'고 설득해 마음을 돌리셨다. 평생 안보시던 '뮤직뱅크''음악중심'등 가요 프로그램을 보시느라 책상에 방송시간과 채널까지 메모를 붙여 놓으셨더라. 딸 때문에 고생하신다."
-데뷔 2개월차인데. 진짜 가수 돼보니 어떤가.
"얼떨떨하고 재밌고 신난다. 워낙 떨지 않는 성격이라 무대에 올라가도 주눅이 들지 않는다. 첫 무대에선 약간 긴장을 하긴 했지만 그런 긴장감은 즐길만 하더라. 무대에서 한번 미끄러진 적이 있는데 뻔뻔하게 웃으면서 실수한 게 아닌 것 처럼 했다. 하하."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
"어떤 장르를 하든 나만의 색깔이 강한 가수가 되고 싶다. 이도저도 아닌 밋밋한 건 싫다. 강렬한 자기 개성이 떠오르는 무대 연출을 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