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풍은 화려한 플레이를 즐긴다. 크로스오버 드리블(공을 다리 사이로 넣었다가 빼는 드리블)로 상대를 농락하고,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슛도 꽤 정확하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개인기가 통하지 않으면 무리를 하거나 슛을 난사해 스스로 무너진다. 매번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KCC 운명은 전태풍의 활약에 의해 갈리고 있다. 전태풍은 지난 19일 원주 동부와 원정 경기에서 23점·7도움·3가로채기를 기록했다. 82-77로 이기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특히 4쿼터에만 두 차례 가로채기를 하며 동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허재 KCC 감독은 21일 전화통화에서 "(전)태풍이가 동부전만 같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어 "경기 분위기에 따라 컨디션이 바뀌는 '기분파'이기 때문에 벤치에서 조절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전태풍은 평균 14.6점·4.8도움을 올리고 있다.
전태풍이 맹활약하면 KCC는 승리를 챙겼다. KCC는 22일까지 10승을 올렸는데, 이 중 7승은 전태풍이 평균 득점(14.6점) 이상 넣은 경기에서 나왔다. 전태풍이 20점 이상 넣은 네 경기에서는 모두 이겼다. 반면 평균 득점에 못 미치는 활약을 했을 때는 3승5패다. 한자릿수 득점을 한 두 경기에서는 모두 졌다.
이처럼 전태풍의 중요성이 커진 이유는 센터 하승진(26·221㎝)이 공격 스타일을 바꿨기 때문이다. 하승진은 올 시즌 어깨 탈구와 체력 저하로 인해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골밑에서 공을 잡아 상대 수비를 집중시킨 다음 외곽으로 패스해 기회를 내준다. 외곽에 있는 전태풍에게 자주 기회가 올 수 밖에 없다.
허 감독은 "하승진이 리바운드에 집중하고 있다. 태풍이가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잘 읽어 판단해야 한다"며 "슛을 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지적을 해도 스스로 흥분하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전태풍도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은 다를 것이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는 팀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한국농구연맹(KBL) 규정상 전태풍 같은 귀화혼혈 선수는 한 팀에서 최대 세 시즌까지만 뛸 수 있다. 전태풍은 올 시즌이 KCC에서 보내는 세 번째 시즌이다. 전태풍은 "한국에 온 뒤로 가장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내가 '오버'하지 않고 잘해야지 KCC가 이겨요"라며 특유의 '전태풍식 말투'로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