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국제기전인 제1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하 농심신라면배)과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이하 삼성화재배)의 패권이 공교롭게도 한국 원성진(26) 9단과 중국 구리(28) 9단의 손에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원성진 9단과 구리9단은 오는 5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제16회 삼성화재배 결승전을 3번기로 벌인다. 한국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한국은 1996년 삼성화재배가 출범한 이래 6연패를 비롯해 9차례 우승했으나 최근 2년 간 우승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2009년 14회 대회에선 중국 선수들끼리 결승전을 벌여 한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특히 구리 9단은 지난 대회 우승자로 2연패를 노린다. 두 기사의 5차례 맞대결에선 구리 9단이 3승 2패로 앞서있다. 최근 2번의 대결에선 원성진 9단이 승리했다.
원성진 9단은 "반드시 승리해 우승컵을 가져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반면 구리 9단은 "원성진 9단은 기풍적으로 껄끄러운 상대이다. 철저히 연구해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두 기사는 제13회 농심신라면배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농심신라면배 2라운드에 한국과 중국의 세번째와 네번째 주자들이 모두 대기 중이다. 두 기사는 삼성화재배 결승 때문에 부산에 오지 않았다. 결국 원성진 9단과 구리 9단은 양국의 탄탄한 전력을 감안할 때 내년 2월 중국에서 열리는 농심신라면배 3라운드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최종 대결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한 쪽에서 두 대회를 다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두 대회의 기간이 다소 떨어져 있지만 삼성화재배의 승자가 농심신라면배에서도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29일 제13회 농심신라면배 제6국에선 중국 탄샤오 5단이 한국 강유택 4단을 물리치고 3연승을 내달렸다. '바둑 삼국지'인 농심신라면배에서 일본은 세 명이 모두 패하며 단 1승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