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방송된 17회는 시청률 21%(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해 8주간 동시간대 1위를 고수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20%를 넘는 유일한 작품. 한글 창제를 둘러싸고 한석규(이도)-장혁(강채윤)과 밀본 윤제문(정기준) 간의 갈등이 고조돼 시청률도 탄력을 받았다. 2011년 최고의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작품의 인기 행진에는 배우들의 열연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 16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한석규와 사극 연기의 최강자 장혁이 선봉에 섰다. 여기에 윤제문·조진웅·현우 등 조연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가 더해져 '명품 사극'의 탄생했다는 평가다. 시청자의 열광적인 반응에 기름을 끼얹고 있는 수컷 5인방의 활약상을 돌아봤다.
▶한석규 '욕 잘하는 배우하면 김수미 보다 한석규', '만원권 지폐만 봐도 한석규 모습이 떠오른다'.
MBC '호텔'(1995년) 이후 16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신(新) 세종의 모습을 제시한 한석규의 중간 성적표다. "지랄, 젠장, 우라질"로 이어지는 욕 3종 세트는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넘어 쾌감을 전달했다는 평가. 겉으로는 위엄이 넘치지만 알고 보면 성질 급하고 다혈질인 괴짜 세종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최문석 SBS 책임 프로듀서는 "두 말이 필요없는 배우다. 영화를 오래하다가, 드라마로 돌아와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방송을 보면 전혀 느낄 수 없다. 한석규가 '난 연산군 처럼 세종을 표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창조한 새로운 캐릭터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이제는 세종이 한석규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역할과 일체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혁 '장혁표 사극연기'가 돌아왔다. KBS 2TV 드라마 '추노'에 출연해 연기 대상까지 받아냈던 신들린 연기력이 살아나고 있다. 한석규·윤제문 등 쟁쟁한 연기파 선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노비 출신이지만 왕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누다가도 세종의 인간적 매력과 정책에 서서히 빠져드는 이중적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SBS '마이더스'에 출연해 '집나갔다'고 평가받던 연기력이 '뿌나'에 출연해 돌아왔다.
최 프로듀서는 "정말 연기를 열심히 하는 배우다. '추노' 대길이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 작품만 보면 코믹도 아니고, 무협도 아니고, 무게 잡는 역할도 아니어서 '튀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도 역할을 잘 살려내고 있다. 제대로 성장하면 한석규 같은 대 배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윤제문 '명품 배우'가 날아오르고 있다. 하층 신분인 백정으로 반촌에서 생활하며 검시관 일도 맡아하는 가리온을 연기하고 있다. 극 초반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아 '미친 연기력'의 배우를 데려다가 놀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어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양반 앞에서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던 그가 일순간 표정을 바꿔 정기준이 되었을 때 '카이저소제급 연기였다'는 극찬이 따랐다. 이후 다양하고 풍부한 표정과 가늠할 수 없는 섬세한 눈빛 연기로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윤제문은 두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 극이 후반부에 접어들며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석규와 윤제문의 다툼이 드라마의 주된 무게추가 될 것이다. 둘의 관계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진웅 '조선제일검' 무휼 역을 맡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무휼은 어릴 적부터 세종을 따라다닌 '보디가드'다. 세종을 자신의 목숨보다 귀중히 여기며 충직한 신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노'에서 소현세자의 아들을 끝까지 지켜내며 목숨을 잃는 곽한섬 역에 이어 다시 한 번 시청자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액션 신도 볼거리. 절도와 화려함을 모두 갖춘 창술수련 장면까지 소화하며, 폭발적인 액션 연기를 뽐내고 있다.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조진웅이 가진 카리스마가 무휼에 잘 녹아들었다. 무엇보다 두 명의 세종과의 연기호흡이 잘 맞아 떨어졌다. 믿음이 가는 외모와 순박한 말투를 시청자들이 좋아한다. 앞으로도 한글을 반포하는 세종을 우직하고도 공감있게 도와가는 무휼의 모습을 많이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현우 김기범·천재호 등과 함께 '집현전 꽃미남'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신들이 무거운 분위기인 반면 집현전은 가볍고 밝게 그려져 현우(성삼문)의 상큼한 매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항상 산만하고 어수선한 행동으로 주위의 눈총을 받지만 어려움에 처할 때 비상한 두뇌로 해결책을 제시해내는 천재 캐릭터다.
현우의 소속사 싸이더스HQ 관계자는 "'뿌나'에 합류하기 위해 오디션을 참 많이 봤다. 역할이 정해진 상태에서 본 오디션이 아니었는데, 작가가 현우와 성삼문이 참 잘 어울린다고 하셨다. 작가가 생각한 밝은 성삼문과 현우의 쾌활한 매력이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현우의 성격이 워낙 활발해 동생인 김기범 등과 잘 어울리며 촬영장도 밝게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