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반한 부시맨이 e스포츠 종주국 한국에 온다. 영화 '부시맨'의 주인공과 같은 아프리카 부족민이 오는 8~1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e스포츠 올림픽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011' 그랜드파이널에 참가한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e스포츠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일. 더구나 이 부시맨은 국가 대표 선수로 선발돼 전 세계 게이머들과 실력을 겨룬다. 어떻게 문명과 동떨어져 생활하는 부시맨이 게이머가 돼 한국까지 오게 된 것일까?
게이머된 부시맨 WCG 참가
WCG위원회에 따르면 한 부시맨이 아프리카 서남부에 위치한 나미비아의 국가 대표팀 5명 중 1명으로 부산에서 열리는 그랜드파이널에 참가한다. 32세인 Cwi Nqani(이하 San, 싼)이라는 이 부시맨은 WCG 종목 중 하나인 모바일게임 '아스팔트6'에 출전한다. 이 종목에서는 전 세계 27개국에서 2만명이 예선을 치러 12개국 16명이 최종적으로 이번 그랜드파이널에 올랐다. 싼은 지난 9·10월 열린 나미비아의 지역 예선과 국가 대표 선발전을 모두 통과, 당당히 '국대' 마크를 달았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싼이 지난 91년 영화 '부시맨' 시리즈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주인공 니카우의 친척이라는 점. WCG 관계자는 "영화 '부시맨'에 출연했던 실제 부시맨이 싼의 삼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콜라병 줍는 부시맨처럼 우연히 게임해
싼이 한국까지 오게 된 것은 영화 '부시맨'의 주인공이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우연히 주우면서 문명세계로 나왔던 것과 비슷하다. 우연한 기회에 WCG 나미비아 지역 예선에 참가했던 것. 지난 9월말 자신이 사는 곳 주변에서 열린 지역 예선 대회에 다른 부시맨 친구와 놀러갔다가 축구게임 '피파11'과 액션게임 '철권6' 예선전에 직접 도전했다. 이들이 게임하는 모습은 카메라에 포착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본지 10월18일자 보도) 그러나 이들은 두 종목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현저한 실력차이를 보이며 탈락했다.
그래도 게임이 신기했던 싼은 대회장을 떠나지 않고 삼성모바일챌린지 부스에서 열린 스마트폰 게임 '아스팔트6'에 다시 도전해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이어 10월 28일, 29일 양일간 나미비아 수도 빈트훅에서 열린 본선에서 1등으로 '국대'가 됐다.
WCG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아프리카 지역에 널리 보급돼지 않아 참가자들의 수준이 비슷하다"며 "싼은 현장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소질도 남들보다 조금 더 있어 국가대표로 뽑혔다"고 말했다.
부시맨 복장으로 경기?
나미비아 국가 대표 모바일 게이머가 된 싼은 WCG 현지 스폰서인 삼성 나미비아로부터 스마트폰 '갤럭시S2'를 제공받아 그랜드파이널을 준비하고 있다. 싼은 7일 입국해 부산 벡스코로 이동, 8일부터 경기를 치른다.
그는 비자 등 국내 입국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쳤지만 문제는 옷과 잠자리, 음식. 부시맨은 하의만 입는 원주민 전통 복장에 어디를 가든 헛(Hut)이라는 움막을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WCG측은 추운 날씨를 고려해 옷을 준비하라고 나미비아 파트너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싼이 움막을 갖고 오겠다고 해서 고민이다. 싼의 숙소가 호텔인데 움막을 설치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 WCG 관계자는 "싼이 혹시 갖고 와서 필요하다고 하면 설치할 수 있도록 해줄 계획"며 "그가 이번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