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시아시리즈는 장원삼(28·삼성)의 재발견 무대였다. 그동안 장원삼은 특출한 후배들, 그것도 같은 왼손 투수들 사이에 끼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에이스'보다는 '10승 정도 투수' 이미지가 강했다.
장원삼에게 걸출한 후배들, 한화 류현진(24), SK 김광현(23), 삼성 차우찬(24), 그리고 자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모두 나보다 뛰어난 투수들이다. 난 그 사이에서 애매~하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에 대해=2006년 프로 데뷔 동기다. 첫 해 시즌 초 나도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류현진과 비슷하게 갔다. 내심 '내가 대졸 신인이니까 현진이보다 잘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더 나더라.
그때부터 현진이는 대한민국 에이스였다. 하드웨어가 너무 좋고, 투수로서 최고의 성격까지 갖췄다. 일단 사이즈(신체조건·재능)가 다른 투수다. 단연 최고다.
김광현에 대해=1년 후엔 김광현이라는 왼손 투수가 들어왔다. 류현진과는 스타일이 정반대인데 어쨌든 거물이다. 늘씬하게 잘 빠진 몸에 역동적인 투구폼, 넘치는 승부욕이 인상적이었다.
SK 선수들에게 들어보면 광현이는 뭘 해도 지지 않으려 하고 꼭 1등을 하려고 한다더라. 훈련 때 단거리 달리기를 해도 죽어라 뛴다고 한다. 잠재력이 큰 선수다.
차우찬에 대해=또래들보다 꽃을 늦게 피웠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정도 잘 던진 것이다. 나는 차우찬도 류현진·김광현의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성실하고, 너무나 착하다. 우찬이를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실 올 시즌 차우찬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우직하게 훈련을 해서 몸을 만들었고 한국시리즈에서 잘 던졌다. 야구가 많이 늘었다.
장원삼에 대해=신기하다. 신기해. 이런 거물급 좌완 후배들이 동시대에 나오다니. 모두 시속 150㎞를 쉽게 던지는 파워 피처들이다. 난 140㎞대 초중반이고. 굳이 스타일을 따지자면 난 노련한 류현진과 와일드한 김광현의 중간 정도? 애매하다.
그래도 기회가 오면 후배들에게 지지 않겠다. 나중에 다시 국가대표가 돼서 큰 경기에서 던질 수 있다면 이번 아시아시리즈처럼 잘 던져보고 싶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