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가장 혹사하는 부위 중 하나가 뇌다. 뇌 질환은 본인과 가족에게 슬픔을 준다.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 최근 방송에서 여주인공(수애)은 결국 알츠하이머 때문에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2009년 토니상 3개 부문을 수상하며 국내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부가 뇌 자극 치료법을 받다가 가족들까지 알아보지 못한다.
이런 일은 작품 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뇌정맥 혈전증 판정을 받고 지난 10일 열린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픔이다. 현대인의 뇌를 노리는 다양한 질병들을 알아보았다.
피의 응고…뇌정맥 혈전증
김근태 고문이 판정 받은 뇌정맥 혈전증은 뇌의 정맥이 막히면서 피가 역류하는 희귀 질환이다. 동맥으로 들어온 피가 정맥으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탓이다. 마비·출혈·경련·의식장애를 비롯해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아기는 탈수, 젊은 여자는 임신으로 인해 피가 응고되면서 발생한다. 뇌의 염증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료가 안된 채 진행되면 치명적인 반면, 치료가 잘 되면 후유증이 없다. 항응고제를 투여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무서운 치매…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뇌 세포 노화로 퇴행하면서 신경 물질의 분비가 저하됨으로써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노인에게 생기는 질환이다. 젊은이에겐 극히 드물다. '천일의 약속'의 여주인공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화장실에 간다. 이처럼 인지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65세 이상의 노인의 유병률은 3~4%이다. 이 때부터 5세가 더해질수록 유병률은 2배로 높아진다. 85세가 되면 40% 전후가 된다.
현재의 기술로는 신경물질인 아세트콜린의 투입으로 약화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발병 5~10년이면 침상 생활을 하게 된다. 정필욱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고혈압·당뇨 같은 서민 질환을 평소 잘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머리 쓰는 활동·몸을 움직이는 활동 등이 발병률을 줄인다"고 지적했다.
식단으로 잡아라…혈관성 치매
뇌경색이 여러 번 오면서 생기는 치매다. 우리나라에선 치매 환자의 절반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도 알츠하이머보다는 낫다. 뇌경색·뇌출혈이 오지 않도록 싱겁게 먹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크게 도움된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섭생으로 치매의 반을 예방할 수 있는 셈이다.
운동세포 죽어…파킨슨병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는 인지·기억 세포가 먼저 죽지만 파킨슨병의 경우 운동 기능 세포가 먼저다. 손떨림·몸의 강직·보행장애가 먼저 온다. 도파민 부족으로 발생하기에 도파민 공급하는 약을 투여하면 호전된다. 5~10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알츠하이머에 비해 발병 초기 10년 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이 진행된 환자에겐 수술적 치료를 한다. 전극을 머리 안에 집어넣고 환자 스스로 자극을 주는 치료법"이라고 밝혔다.
겨울엔 특히 조심…뇌졸중
'중풍'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수축되고 막히는 증상이다. 겨울철 새벽에 밖에 나갈 땐 가볍게 몸을 푸는 것이 좋다. 자다가 갑자기 바깥 공기를 접하면 뇌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여름에도 발생하곤 하지만 기온이 급강하는 시점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