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고 지겨운 한 해 결산은 이제 그만. 올 한해 영화와 가요계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정리해봤다. 영화는 이름값을 못한 작품, 언제 개봉했는지도 모를만큼 순식간에 사라져간 작품, 스크린 화제 말말말 등 테마별로 관점을 뒤집었다. 가요는 사자성어를 활용해 그동안의 희비쌍곡선을 알기쉽게 풀었다.
▶이름값 못한 영화는?
톱스타·어마어마한 제작 스케일 등 커다란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작품들이 있어 아쉬웠다.
충무로의 가장 확실한 티켓파워 송강호는 '푸른소금'에서 발목이 잡혔다. 그동안엔 '놈놈놈' '박쥐' '의형제'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안타 이상의 히트를 날렸으나 '푸른소금'은 고작 77만명 정도의 관객을 끌어들이는데 만족해야 했다. 신세대 스타 신세경을 상대역으로 사랑에 빠지는 전직 조폭 보스를 연기했지만 다소 겉도는 설정으로 외면받았다.
'카운트다운'의 전도연과 '오직 그대만'의 소지섭도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카운트다운'은 47만여명, '오직 그대만'은 겨우 100만명에 턱걸이했다. 지난 여름 최고의 기대작 '7광구'의 흥행 저조(224만여명)도 안타까웠다. '해운대'의 1000만 여배우 하지원을 비롯한 호화 캐스팅과 화려한 3D 촬영을 내걸었으나 빈약한 스토리가 문제로 지적됐다.
김주혁은 '적과의 동침' '투혼' '커플즈' 등 올해만 무려 3편의 주연을 맡았으나 모두 50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다.
▶이런 영화가 개봉했었어?
개봉을 했으나 언제 개봉했는지도 모를만큼 순식간에 사라진 영화도 있었다.
10월 개봉한 '히트'는 10만여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스페어' '바람' 같은 작지만 강한 영화를 연출했던 이성한 감독이 세번째로 도전했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미남배우 한재석과 다양한 카메오가 출연해 웃음을 재촉했어도 하품만 나왔다. 선 굵은 연기자 유동근이 주연을 맡은 '결정적 한방'은 동원한 관객이 불과 1만여명이었다. 국내 정치계를 꼬집는 코미디를 표방했으나 의지에만 머물렀다. 당연히 눈깜짝할 사이에 '간판'을 내렸다.
'달인' 김병만이 주연한 SF액션 '서유기 리턴즈'도 금방 눈앞에서 사라졌다. 할리우드 액션 톱스타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악질 경찰'도 지난달 개봉하자마자 미처 찾아볼 겨를도 없이 문을 닫아야 했다.
▶스크린 말말말은?
"미니버리 반지부랑어 와랑가 아쿠"(내 활은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최종병기 활'의 박해일 대사다. 박해일이 사로잡은 청나라 병사를 풀어주며 청나라 장수 류승룡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대목이다.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만주어를 복원해 그대로 써서 화제였다. 류승룡은 유창한 만주어와 변발로 감쪽같은 변신을 보여줬다.
"이런 씨XX~ 으아악" '써니'의 주인공 나미(심은경)의 대사다. 자신을 괴롭히던 '소녀시대' 패거리와 싸우러 가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빙의된 척하며 내뱉었다. 대사도 대사지만 워낙 표정과 제스처가 코믹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박스 치워" '7광구' 중 위기 순간에 안성기가 하는 말이다. 괴물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박철민에게 괴물한테 조준이 안되니 박스를 치우라는 주문이었는데 넋이 나간 박철민이 '박수쳐'로 잘못 알아듣고 박수치는 장면에서다. 그야말로 포복절도하게 했다.
▶한국영화 흥행 톱5은?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최종병기 활'. 박해일의 화살에 745만여 관객이 움직였다. 시종일관 스피드 넘치는 액션으로 긴장감이 넘쳤다. 박해일은 잇따라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두번째는 '써니'. 737만여명으로 '최종병기 활'과는 아주 근소한 차다. 톱스타 한 명 없었지만 주위의 우려를 딛고 보란듯이 성공했다. '과속 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공이 컸다.
그 다음엔 '완득이'(513만여명)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479만여명) '도가니'(467만여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중에서도 '도가니'는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며 관객들의 성원을 받았다. '완득이'에서 유아인을 재발견한 것도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