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막 데뷔. 점심시간이 되면 어떤 선배를 따라가야 하나 눈치와 고민이 살짜쿵 되기 시작한다. 동기들인 김용만 유재석 양원경 박수홍 등과 함께 먹으러 가면 치열한 돈 계산의 압박이 있기 마련이다. 그도 그런 것이 1회 출연료가 데뷔 후 6개월 수습 기간 동안은 5만원이 조금 넘는데 한 프로 하면 한달 20만원. 선배가 불러 주어 두 프로 하면 50 가까이 된다. 거기다 우린 나이트클럽 놀러 가는 것을 좋아해서 1인당 2만원씩 모아서 나이트도 가야 하기 때문에 돈은 더욱 부족했다. 점심 사주는 사람이 젤 고마웠다.
당시 KBS별관 쪽에 희극인실이 있었는데 임하룡 선배는 항상 까마득한 우리 막내들 점심을 사주셨다. 고마운 임하룡 선배ㅠㅠ. 근데 이상하게 함께 추억의 책가방 코너를 하던 조금산 선배와는 식사를 안 하시는 거다.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었다. 조금산 선배는 누굴 괴롭힌 적도 없고 미움을 산적도 없는 평화주의자 같은 분이었다. 그분은 항상 점심으로 짜장면을 드셨는데 항상 혼자 드셨다. 당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근데 세월이 지나보니 그분 마음이 이해가 된다. 누구한테 신세 지기도 싫고 따로 엉키기도 싫고 하는 그런 마음이 아니셨을까? 아니면 심각한 짜장면 중독자거나...
얼마 전. 아내의 치과 옆 쌀국수 집에서 아내와 점심을 먹다가 깜짝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직장인 6명이 일행인데 카운터에서 각자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는 것이다. 엥? 저게 뭥미? 저건 일본식 ‘뿜빠이?’ 물론 비싼 가격이기도 하고 연말 소득공제도 있어서 그러겠지만 와~각자 계산!! 개그맨의 경우는 선배가 계산 하는 게 보통이다. 그날부터 직장 생활을 모르는 나는 직장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면 점심식사에 대해 물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애로 사항 리스트.
1.맛없는 사내 식당 2.뭐 먹을래? 계속 묻더니 자기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는 상사(그러곤 각자 계산) 3. 밥은 사주는데 매일 순대국만 먹는 상사를 둔 여직원 4.늦게 먹는 상사와의 속도 조절 5.알콜 중독 상사와 매일 먹어야 하는 콩나물 북어 해장국.....그러나 직장인들의 최고 고민은 갈 곳이 뻔~한 주변 식당 메뉴였다. 그나마 여의도, 광화문 같은 곳은 갈 식당이나 많지. 직장이 바둑판 귀퉁이 같은 곳에 위치에 있으면 정말 돌아버릴 것이다.
아나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오늘 점심은 뭐 먹지? 하시는 분들 계실 거다. 동태찌개? 개그맨 조금산을 추억하며 짜장면? 칼국수?
지겨운 메뉴 선택에 가벼운 긴장감을 위해 오늘 계산은 이걸로 한번-1.여럿이 식사를 한다. 2.각자 신용카드를 한 장씩 걷는다 3.주인에게 간다. 4.주인이 카드를 한 장 선택한다. 5.그걸로 긁는다^^. 카드 주인은 서명을 하고 나머지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남희석의 아무거나2로 매주 화요일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일간스포츠 정기구독 하시면 매주 만나실수 있습니다.^^ 만화 강안남자의 엄청난 테크닉도 매일 배우기 좋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