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입이 진짜 귀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개그맨 김한석(40). 이젠 방송인이라는 수식어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그는 MBC '기분 좋은날' MC를 맡아 아침마다 안방극장을 찾는다. 마이크를 잡은 것도 신나는데 얼마전 결혼 4년만에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돼 밥 안먹어도 배부르고 잠 안자도 졸린지 모르겠단다. 온몸으로 '나는 행복한 남자' 기운을 발산한 그와의 유쾌한 수다.
-'기분 좋은날' MC를 맡았다. "아침방송은 나의 로망이었다. '기분 좋은 날' MC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진짜 진행자가 되어서 놀랐다. 방송인 김한석이라고 하면 '인생굴곡'이 떠오르지 않나, 하하. 삶에 대한 경험은 그 누구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내 경험이 다른 사람들한테는 큰 조언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 거기다 결혼도 해서 주부들의 애환도 다 알게 된 만큼 프로그램에서 할 얘기가 많을 거 같다."
-거기다 결혼 4년만에 좋은 소식이 있다던데. "정말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4년만에 애기가 생겼다. 아침에 빵을 먹는데 와이프가 '여보, 나 임신한거 같아요'라고 덤덤히 전해주더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눈물 젖은 빵이 뭔지 몸소 체험했다. 그동안 인공수정을 수차례 하다가 안되서 시험관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여행을 갔다왔는데 그날 됐다. 사람 일이라는게 참, 마음을 비우니깐 되더라."
-그동안 마음 고생 많았겠다. "내 인생에서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던 두 가지가 불임과 탈모다. 그런데 그 두가지가 다 나한테 생기더라. 탈모는 머리에 좋다는 온갖 거 안해본 게 없다. 검은 콩부터 두피 마사지부터 탈모 방지 샴푸까지. 하지만 인생 한방이다. 거기에 넣을 돈 다 모아서 한방에 머리 카락 이식술 하는 게 최고다."
-그렇게 힘들었던 일이 모두 해결됐는데. "이 모든게 와이프 덕이다."
-와이프 자랑 좀 해달라. "정말 착한 여자다. 현명하다. 부족한 나를 정말 많이 일깨워준다. 난 나이 마흔이 되도록 누가 조언해주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조언자들은 기분 나쁘게 말하지 않나. 그런데 와이프는 나에게 알아듣기 쉽게, 기분 좋게 설명해준다. 친구일 때도 현명하게 조언해줬다. 내가 결혼하고 잘 되는 것은 다 와이프 덕분이다. 중학교 동창이자 동갑내기 우리는 아직도 서로 존대어를 쓴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쓰는 거다."
-결혼할 때 많이 힘들었다던데. "알다시피 내가 우여곡절이 많은 사람 아닌가. 특히 결혼에 한번 상처가 있던 사람이라 모든 것에 조심했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이 여자를 소중하게 지켜주겠다고 장인 장모께도 약속했는데 열애 기사가 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당시 장모가 다시는 나를 보지 않겠다고 내쫓으시더라. 그날 이후로 매일 집을 드나들며 용서를 구했다. 지금은 내가 딸보다 더 좋다고 하신다. 하하."
-앞으로의 계획은. "2년째 강단에 서고 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 보도진행학부 강의를 맡고 있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앞으로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선생님, 훌륭한 진행자가 되고 싶다. 물론 지금까지처럼 집안 일도 온 힘을 기울여 하고, 와이프 말도 잘 들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