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고 투수 3총사①] 윤석민·정우람·오승환 셋이 한팀에서 뛴다면?



다승 1위 윤석민(25·KIA) 홀드왕 정우람(26) 구원 1위 오승환(29). 이 세 명이 한 팀에서 뭉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셨는지. 프로야구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조합'이 지난 주 성대하게 치러진 2011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에선 '현실'이 됐다.

윤석민은 올 시즌 선발 투수가 차지할 수 있는 타이틀 4개(다승 17승·평균자책점 2.45·탈삼진 178개·승률 0.773)를 모두 거머쥐었다. 정우람은 홀드 부문(25홀드) 1위에 오르며 가장 강한 중간계투의 위용을 과시했다. 오승환은 47세이브를 기록하며 '끝판대장'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정우람과 오승환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가장 위력있는 선발 투수와 확실히 막아내는 구원투수. 세 명은 정장 차림으로 나란히 섰다. 이어 아주 잠시, 서로가 앞뒤에서 던지는 상상을 했다. 정우람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윤석민과 오승환도 "이길 수밖에 없는 조합"이라고 했다.



-한 시즌을 돌아보자면.

▶윤석민(이하 윤) "야구하면서 이런 해가 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안 좋은 일이 많아 힘들었는데 그런 아픔들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다. 올해는 타자와 수싸움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그리고 슬라이더의 변화와 스피드가 좋아 조금 몰려도 안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게 소득이다. 투수 4개 부문 1위를 했지만 전체적인 수치는 좋지 않다. 이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내년엔 더 많은 승수를 쌓아 확실한 에이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정우람(이하 정) "많은 분들이 '우람이가 올 해 많이 던졌으니, 내년에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한다. 그러나 나는 팀 내에서 철저하게 관리받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은 없다. 오히려 매 해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올 시즌에는 '이렇게 하면 승부가 되겠구나'하는 밑그림이 그려지더라. 프로 데뷔 후 최고 성적(4승 7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1.81)을 세웠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개인 성적에는 만족한다. 그런데 석민이나 승환이형 앞에서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은 좀 창피하다."

▶오승환(이하 오) "올해 마무리 투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걱정을 했다.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다 뛰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류중일 감독님이 관리를 잘 해주셨고, 우리팀 선발과 중간 투수들이 좋아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내년에도 목표는 올해와 같다. 부상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올해 MVP와 골든글러브를 못 탔는데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올 해 프로야구에서는 확실한 선발 - 중간 - 마무리가 있었다. 서로를 평가하자면.

▶윤 "우람이 형은 일단 타자 상대하는 요령을 안다. 공이 낮게 제구되고 코너워크가 좋아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가 힘들다. 그게 중간 투수로서 강점인 것 같다. 승환이 형은 직구 하나는 타고났다. 그냥 쉬워 보인다. 직구만 던져도 타자들이 못 치니까 얼마나 쉬울까. 유인구도 없고. 배짱이 좋고 담대한 것도 부럽다."

▶정 "내가 확실한 중간인가?(웃음) 석민이는 원래 좋은 투수였다. 올 해는 '대한민국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는 해가 아니었을까. 특히 7월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던지면 이기더라(윤석민은 7월 5경기에 등판해 5승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

그렇게 다양한 구종을, 모두 잘 던지기가 쉽지 않은데. 습득력이 타고난 것 같다. 가장 타고난 것은 제구력이다. 제구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공을 던져도, 승부처에 쓸 수 없다. 올 해는 정말 윤석민의 제구가 완벽했다.

승환이 형은 좋은 몸을 지녔다.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는 몸이다. 잠시 멈춘 뒤 공을 던지는데, 신체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투구폼이다. 그렇게 힘을 모아서 던지니 그런 강한 공을 뿌릴 수 있는 게 아닐까. 부럽다, 둘 다."

▶오 "석민이는 완투 능력이 있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연패를 끊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에이스라 불리는 것 아닐까. 우람이는 1,2점 차 접전에서 다른 투수가 득점권에 주자를 놓고 내려와도 막아줄 수 있는 투수다."

-윤석민의 슬라이더, 정우람의 체인지업, 오승환의 포심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구종이 됐다.

▶윤 "우람이 형의 체인지업은 한마디로 타이밍을 안 맞춰주는 공이다. 타격은 타이밍인데 그걸 절묘하게 빼앗는 공이 정우람의 체인지업이다. 또 그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승환이 형 직구는 공 끝이 좋다. 보면 늘 타자들의 배트 나오는 타이밍이 늦다. 그 직구는 훈련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타고 나는 거다. 난 해도 안 되는 공 끝이다.

(옆에 있던 KIA 이범호가 '너도 1이닝만 던지면 모른다'고 하자) 아니다. 난 직구만 던지면 맞는다. 아니면 커트 당하거나. 난 타자들이 헛스윙하는 공의 10개 중 9개가 슬라이더다."

▶정 "석민이의 슬라이더는 내 직구 정도의 스피드가 나온다. 정말 좋은 결정구다. 나도 슬라이더를 던지지만, 아껴쓸 수밖에 없다. 윤석민은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 구사율을 높이는 것 같다.

왼손 타자에게는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고. 타자의 바깥쪽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다. 승환이형의 직구는 두말할 것 없이 최고 아닌가. 그런 직구를 가졌다면 변화구를 던질 필요도 없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최고의 구종은 빠르고 묵직한 직구다."

▶오 "정우람의 체인지업은 말 그대로 결정구다. 자신감을 갖고 있어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운 구종이다. 그만큼 변화가 좋다. 윤석민 슬라이더는 다들 아는 대로다. 고속 슬라이더로 빠르고 실투가 적다. 휘고 떨어지는 각도도 좋다."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윤 "(한참 생각하다) 변화구 구사능력? 선발 투수로서 볼 카운트 잡는 공과 승부구를 갖고 있다는 게 나의 경쟁력인 것 같다. 스트라이크는 커브와 슬라이더로 늘리고, 직구와 슬라이더로 마무리를 한다."

▶정 "연투가 가능하다는 점 아닐까. 나 같은 투수는 열심히, 많이 던져야 주목받을 수 있다. 몸상태가 안 좋을 때도 타자들과 승부할 수 있는 경험이 비교적 빨리 쌓인 것 같다.

올 해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둔데에는 체인지업의 역할이 컸다. 석민이의 슬라이더나 승환이형의 직구처럼 힘있는 구종은 아니다. 그러나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공 하나를 장착하니, 성공률이 높아졌다.

▶오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다."



-세 명이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면.

▶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삼성과 SK의 불펜이 정말 탄탄하다는 생각은 해봤어도. 일단 처음 선발로 나가는 것은 똑같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다음이 좀 다르지 않을까. 1, 2 점 차 리드를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면 듬직하고 질 것 같은 생각이 안 들것 같다. 세 선수가 함께 뛰면 동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본다."

▶정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KIA에도 좋은 불펜이 있고, 삼성 선발도 강하다. SK의 투수진도 상위권이다. 그래도 석민이와 나, 승환이 형이 서로 도울 수 있다면 윤석민의 승, 나의 홀드, 승환이 형의 세이브가 동시에 늘어나지 않을까."

▶오 "좋다. 둘과 한 시즌을 같이 뛰면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다 자기 몫은 하는 선수들이다. (선발, 중간, 마무리)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각자 자기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남직 기자 김우철 기자 jiks79@joongang.co.kr
사진=정시종,임현동 기자

▶[프로야구 최고 투수 3총사①] 윤석민·정우람·오승환 셋이 한팀에서 뛴다면?
▶[프로야구 최고 투수 3총사②] 윤석민 “전천후? 난 선발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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