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T의 양우섭(26·185㎝)이 KT '화수분 농구'의 새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양우섭은 올 시즌 2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1분을 소화하고 있는 KT의 주전 가드다. 전창진 KT 감독은 시즌 전부터 "양우섭을 스타팅으로 내고 베테랑 표명일(36)은 고비에서 기용할 것"이라고 가드진 운용 방침을 밝혔다.
프로 4년차 양우섭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다. 데뷔 시즌이던 2008-2009 시즌에는 신기성의 그늘에 가렸고, 2009-2010 시즌은 뛰지도 못했다. 연습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혀 십자인대가 파열돼 시즌을 접었다. 그는 지난 시즌 복귀한 후 표명일의 백업 가드로 뛰었고, 올 시즌 잠재력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평균 기록은 6.6득점·2.1도움. 기록보다도 성실한 수비와 스피드가 돋보인다.
KT는 2009년 전창진 감독이 부임한 후 '화수분 농구'가 트레이드 마크다. 대형 스타를 영입하지 않고도 알토란 같은 재목을 키워내고 있다. 2001년 큰 기대를 받으며 데뷔했다가 잦은 부상 등 악재로 인해 프로무대 적응에 애를 먹었던 송영진이 리그 최고 수준의 포워드로 자리잡았는가 하면 지난 시즌 포워드 박상오가 그동안의 잠재력을 터뜨리며 맹활약해 최우수선수상(MVP)까지 수상했다. 2006년 데뷔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조성민은 어느새 국가대표팀 주득점원으로 성장했다.
올 시즌 KT는 특별한 전력 플러스 요인이 없다. 그런데 전창진 감독은 개막 전부터 "양우섭을 주목해 달라"고 예고했다. KT가 양우섭을 앞세워 박지현(원주 동부·1위), 김태술(안양 KGC인삼공사·2위), 전태풍(전주 KCC·3위)을 꺾을 수 있을 거란 예상을 하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양우섭은 꾸준히 KT의 승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9일 고양 오리온스전에서는 데뷔 첫 덩크슛까지 터뜨리며 14점을 기록해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상국 KT 농구단 대리는 "양우섭은 고려대 재학 시절부터 운동 능력이 좋아서 주목받았다. 그동안 신인 가드 복(福)이 유독 없던 KT에서 큰 기대를 갖고 뽑았기 때문에 부상 당했을 때는 미국에서 특별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만큼 아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우섭이 십자인대 파열 부상 이후 플레이가 위축된 모습이었는데, 최근 신인 가드 김선형(서울 SK)이 덩크하는 걸 보고 자극받았는지 오리온스전에서 호쾌한 덩크슛까지 넣었더라"며 기뻐했다.
올 시즌 전 양우섭은 가드 출신인 김승기 KT 코치에게 혹독한 조련을 받았다. 그는 코칭스태프가 쏟은 열정에 성실한 훈련으로 보답했다. 전창진 감독은 양우섭에 대해
"아직 외국인 선수를 이용하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쓴소리를 하면서도 "성실한 정신 자세가 최고다. 잘 하고 있으니 더 기대해도 좋다"며 은근한 자랑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