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25)이 14일 연봉 1억3000만 원에 LG와 재계약했다. 올 시즌 연봉 4300만 원에서 8700만 원(인상률 202%)이 올랐다. 올해 혜성처럼 나타나 팀 내 최다승(13승)을 올린 박현준의 억대 연봉 진입은 일찌감치 예상된 바였다.
하지만 인상폭이 적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300%가 넘는 연봉 인상률을 기록했던 내야수 오지환과 작은 이병규(등번호 24)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 받았다는 이야기다.
신연봉제는 그대로. 하지만 올려줄 선수가 늘었다.
기록상으로는 확실히 그렇다. 올 시즌 박현준의 성적은 29경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97이다. 지난해 오지환(125경기 타율 0.241 13홈런 61타점)과 작은 이병규(103경기 타율 0.300 12홈런 53타점)보다 월등하다.
그런데 연봉 인상률은 100% 넘게 줄었다. '신연봉제에 손질이 가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임승규 LG 운영팀 차장은 "신연봉제는 큰 수정 없이 적용됐다"며 "파이는 그대로인대 나눠먹을 선수가 늘어서 박현준의 연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연봉제에 따르면 팀 승리가 많을수록 파이(다음 시즌 연봉 총액)가 커진다. 그리고 '지난 시즌 실적'을 중시하기 때문에 성적만 좋으면 신인이나 무명 선수도 단번에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인상폭은 '파이' 안에서 제한돼 있다.
임 차장은 "지난해보다 연봉을 올려줄 선수들이 많아졌다. 임찬규·서동욱·김선규·한희 등이 인상 대상"이라며 "이들의 몫 때문에 박현준의 연봉이 적어졌다. 지난해엔 상대적으로 인상 대상이 적어 소수의 선수들이 혜택을 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봉중근·박명환 연봉 삭감은 별도의 툴(tool)로?
올 시즌 부상으로 4경기 출장(1승 2패 평균자책점 4.96)에 그친 봉중근은 어떻게 될까. 올해 3억8000만 원을 받았던 봉중근에게 신연봉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그는 내년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없다. 임 차장은 "봉중근도 삭감 대상"이라고 했지만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는 별도의 툴(tool)을 적용해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 제도에 융통성을 두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예외 때문에 파이는 또 줄어든다. 박현준의 연봉 상승 폭이 다시 한 번 주저앉은 대목이다.
지난해 연봉 90%(5억 원→5000만 원)를 삭감당한 박명환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임 차장은 "지난해는 박명환의 FA 계약이 끝나는 해였다. FA 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적 문제가 겹쳐 삭감 폭이 컸던 것"이라며 "90% 삭감을 전부 신연봉제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그 제도에 융통성을 두는 것은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제도에 지속적으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건 과정이 불투명하고 예외가 많기 때문이다. LG 선수들은 '프로'다. 연봉제도의 혼란은 선수들의 사기에 치명적이다. 전력 보강보다 연봉제도의 안정성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TIP. LG의 신연봉제
연공서열과 누적 고과를 반영하는 기존의 연봉 산정 방식을 50%만 적용하고, 나머지 50%를 지난 시즌 팀 승리 기여도(WS·Win Shaers)로 평가하는 제도다. 팀 승리가 많을수록 다음 시즌 선수단 총 연봉이 많아지고, 이렇게 일 년 동안 산정된 연봉을 선수들끼리 나눈다.
지난 시즌 팀 승리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여러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WS가 50%나 반영되기 때문에 연봉 상승·삭감 폭이 크다. LG는 지난해 이 제도를 전격 도입해 FA를 제외한 전 선수에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