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열정 찾은’ 르브론 제임스, 마이에미 히트 ‘유력한 우승 후보’
“지난 시즌엔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사람들의) 나를 향한 증오심이 커지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됐던 것 같다.”
르브론 제임스(26ㆍ마이애미 히트)가 최근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지난 NBA 2010-11시즌 중 집중력이 흐트러졌음을 인정했다. 지난해 ‘더 디시전’을 통해 클리블랜드에서 마이애미로 이적하겠다고 공개선언하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 누구보다 각광받는 스타였던 그는 이적과 동시에 ‘공공의 적’으로 전락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킴 카다시안과 초스피드로 결혼과 이혼을 하며 구설수에 오른 크리스 험프리스(뉴저지)에 이어 ‘NBA에서 가장 싫은 선수 2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영웅 노릇만 하다 졸지에 악당 역할을 맡게 된 그는 팬들의 야유에 크게 당황했다. “나는 결코 악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워낙 비난이 거세다보니 농구 이외의 것을 자꾸 신경쓰게 됐다”고 했다. 특히, NBA 파이널에 들어서며 르브론을 향한 비난은 절정에 달했다. ‘3쿼터까지만 뛴다’ ‘1불을 빌려주면 쿼터 3개만 돌려 받는다’ ‘하키를 했으면 더 잘했을 것’ 등 그의 NBA 파이널 4쿼터 부진을 놓고 비아냥대는 조크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보스턴과 시카고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4쿼터 들어 ‘명품 공격과 명품 수비’를 선보였던 르브론이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파이널에서 슬럼프에 빠져 ‘큰 경기에 약한 선수’라는 최종 심판을 받고 고개를 떨궜다.
르브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스승이 바로 ‘경험’이다. 살면서 직접적으로 부딪혀야 할 일들이 있다. 지난 시즌이 내게 그랬다”라며 자신이 개인적으로, 그리고 농구선수로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농구가 내게 가장 소중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나머지 것은 다 내 인생에서 큰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라며 농구에 미쳐 살았던 소년 시절의 열정을 되찾은 게 가장 큰 득이라고 했다.
르브론이 이 시대 최고의 ‘올어라운드 농구 선수’라는 데 이견을 두는 이는 없다. 단, 골밑 플레이가 미숙하다는 게 유일한 흠이었다. 댈러스와 파이널에서도 그는 점프슛이 안 들어가는데다 골밑돌파까지 막히자 그대로 코트에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르브론은 비평가들의 비판을 적극 수렴했다. 여름엔 90년대 최고의 센터로 통하던 하킴 올라주원에게 개인 레슨을 받았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와 파이널까지 함께 했기 때문에 이들의 팀웍도 한층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새로 영입한 베테랑 선수 셰인 배티에가 수비를 중요시하는 에릭 스폴스트라 감독의 시스템에 딱 맞는 스타일이고,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한 가드 노리스 콜도 스피드가 좋아 히트의 화끈한 속공 플레이에 더욱 탄력을 줄 전망이다. 지난 시즌에 100분도 채 뛰지 못한 우도니스 하슬렘, 그리고 역시 시즌 내내 각종 부상에 시달렸던 ‘샤프 슈터’ 마이크 밀러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히트의 우승 전망을 밝혀주고 있다.
스폴스트라 감독도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지난 시즌에 우리가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팀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도통 몰랐다. 이젠 어떤 난관이 와도 이겨낼 힘이 있다”고 호언했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 NBA 전문가들의 대다수도 히트를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쳤다. 히트는 성탄절인 25일 라마 오덤을 새로 영입한 댈러스 매버릭스와 적지에서 개막전을 갖는다.
한편 레이커스는 같은 날 시카고 불스와 홈에서, 클리퍼스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원정에서 시즌 첫승 사냥에 나선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중앙일보USA 기자 [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