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내부 갈등이 수습될 수 있을까. 선수협은 3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박충식 사무총장 직무대행의 선임 여부를 투표로 결정한다. 이에 앞서 LG·두산·삼성·KIA 등 4개 구단 선수 대표가 사무총장 직무대행 선출 과정을 문제 삼으며 박재홍 섭수협 회장과 대립한 바 있다. 박재홍 회장은 전임 집행부에 대한 특별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비리의혹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선수협 신임집행부 개혁 작업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선수들의 총회 직접 참여를 호소하는 담화문을 2일 발표했다.
4개 구단 '세력화'
박명환(LG) 현재윤(삼성) 이혜천(두산) 김상현(KIA) 등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충식 사무총장 직무대행 대신 새 인물을 뽑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이들이 갖고 있는 위임장이 9장밖에 되지 않았다. 박재홍 회장은 "이들에게는 대표성이 없다"고 했다. 나흘새 4개 구단 대표는 상당히 많은 위임장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연시에 전국 각지로 흩어진 4개 구단 선수 대부분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 과반수를 넘을지는 미지수지만 세력이 커져 표대결이 가능해졌다. 4개 구단 대표들은 "선수협에게 중요한 건 민주적으로 집행부를 구성해 현안을 처리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수의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3일 총회에서 사무총장 선임건부터 바로하자는 것이다. 박재홍 회장은 이에 대해 "12월 20일 박충식 사무총장이 정상적으로 뽑혔고 총회 인준을 앞두고 있다. 벌써 신임집행부를 주저앉히려 하는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권시형과 '거리두기'
표면적으로 박재홍 회장과 4개 구단 대표들의 타깃은 다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야구계의 적지 않은 시선이 이번 갈등을 '전·현 집행부의 대립'으로 보고 있다. 4개 구단 대표들이 권시형 전 총장과 결탁해 움직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재홍 회장이 권 전 총장의 비리를 폭로하는 동안, 4개 구단 대표는 신임집행부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4개 대표들은 "권 전 총장이 측근들과 저지른 비리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걸 반대하는 게 아니라 판결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안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4개 구단 대표는 최근 박충식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 총장 배후설'에 대한 오해를 어느 정도 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4개 구단 대표는 "만약 우리가 권 전 총장과 연결돼 있다면 어떤 비난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권 전총장과의 거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선수협 전 사무총장이었던 나진균 한국야구연구소장은 2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구계 선배들이 나서야 한다"며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3일 총회를 앞두고 선수협 국면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