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은 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경기에서 후반 33분 니콜라스 벤트너(24) 대신 경기장에 들어섰다.
지난해 12월 블랙번 전에 나온 이후 4경기 만의 교체출전이었다. 그는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48분 스테판 세세뇽(28)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맨시티의 수비진을 허물었다.
지동원은 침착하게 골키퍼 조 하트까지 따돌리고 결승골을 뽑았다. 지난해 9월 첼시와의 경기에서 영국무대 데뷔골을 넣은 뒤 4개월 만에 시즌 2호 골을 뽑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살린 골
맨유는 지난달 31일 홈에서 열린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이 경기 전까지 맨유와 맨시티는 나란히 14승3무1패로 승점(45점)이 같았다. 그러나 꼴찌 블랙번에 덜미를 잡히며 승점 추가에 실패했다.
맨시티는 선덜랜드와 비기기만 해도 승점 차를 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올 시즌 맨유에서 팀을 옮긴 존 오세이(31)를 앞세워 단단한 수비를 구축했다.
맨시티가 27개 슈팅을 날렸지만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동원이 결승골을 넣으며 맨시티에게 시즌 두 번째 패배를 안겼다. 꼴찌 블랙번에 패했던 맨유는 지동원 덕분에 맨시티와 경쟁에서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강팀에 강한 지동원
원조 '지(Ji)' 박지성처럼 '베이비 지(Baby Ji)' 지동원도 강팀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맨유에서 뛴 박지성은 총 26골을 넣었다. 이 중 9골이 아스널과 리버풀·첼시·AC밀란 등 강팀을 상대로 터졌다. 올 시즌 13경기에 출전한 지동원은 첼시와 맨시티 전에서 각각 골을 넣었다.
두 팀 모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강호라 불리는 팀이다. 지동원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란과의 3·4위 전에서 2골을 넣었고, 성인대표팀에서는 가나(FIFA랭킹 29위)와 평가전에서 득점을 올리는 등 강팀을 상대로 강했다.
◇인저리타임 극적인 골
지동원의 전남 드래곤즈 시절 별명은 돌부처였다. 쉽게 표정이 변하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침착한 그의 성격은 극적인 순간에 더 빛났다. 그는 지난해 9월 첼시전에서도 후반 45분 0-2로 뒤지고 있을 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맨시티 전에서는 후반 48분 팽팽하던 순간 골키퍼까지 제치는 침착함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냉정한 전략가 마틴 오닐 선덜랜드 감독도 "지동원의 골은 센세이셔널하고 환상적이었다. 4만 관중이 모두 하나가 돼 기뻐했다"고 말했다.
◇오프사이드 논란
경기 후 지동원의 골을 놓고 오프사이드 논란이 일었다. 지동원이 세세뇽에게 다시 패스를 받을 때 최종 수비수보다 골문 쪽에 있었다는 것이다. 중계화면을 보면 오프사이드 논란이 일어날 만했다.
그러나 부심의 깃발을 올라가지 않았고 득점은 인정됐다. 로베르토 만시니 맨시티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믿기지 않는 패배다. 막판에 실점한 골은 분명 오프사이드다. 그러나 이런 것이 축구"라며 "우리 팀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