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이어 올해도 이승엽이 스타급 선수들에게 연봉협상의 기준이 되고 있다. 2004년부터 8년간 일본에서 뛴 이승엽이 여전히 역대 8·9년차 최고 연봉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 8년차가 되는 KIA 윤석민(26)은 6일 2012년 연봉 협상을 시작한다. 지난해 투수 4관왕에 MVP까지 거머쥔 그의 연봉이 1억9000만원에서 얼마나 오를지가 관심이다. 주변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승엽과의 연봉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 윤석민이 대박을 터뜨린다면 2002년 이승엽이 세운 8년차 최고 연봉(4억1000만원)에 근접할 수 있다.
지난 겨울에는 2010년 이대호(30·오릭스)와 2003년 이승엽의 몸값 경쟁이 벌어졌다. 그해 전무후무의 타격 7관왕을 달성한 이대호(2009년 연봉 3억9000만원)는 연봉 7억원을 요구해 롯데와 마찰을 일으키며 연봉조정신청까지 갔다. 당시 롯데는 "이승엽보다 많이 줄 수 없다"면서 이승엽의 2003년 연봉(당시 9년차)과 같은 6억3000만원을 제시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롯데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최고 성적을 올린 선수들은 연봉협상을 할 때 자존심 또는 상징성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비교대상을 찾기 마련인데, 이승엽이 제격이다. 8~9년 전 최고 연봉 선수보다는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봉 계약 실무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구단의 운영팀장은 "4~5년 전만 하더라도 타 구단의 비슷한 연차나 성적의 선수들과 비교해 연봉을 산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구단이 200~300개 항목에 따라 고과를 매기기 때문에 다른 선수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