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핸드볼의 김운학(49) 전 용인시청 감독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거의 입에도 대지 못했던 술도 제법 늘었다고 했다. 10일 SK그룹 에너지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가 용인시청 선수단으로 새 팀을 창단한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김 감독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했다.
용인시청 핸드볼팀은 2010년 11월 용인시로부터 해체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여름까지 팀을 정리해야 했지만 핸드볼발전재단 등 주변의 도움으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코리아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용인시청을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팀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지난해 9월 전국체전이 끝난 뒤부턴 매일 용인시 관계자들과 시의원, 국회의원을 만나러 다녔다. 인수 기업을 찾아보려 했지만 비인기 종목인 탓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었다. 그동안 선수들은 김 감독이 지인을 통해 빌린 학교체육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메뚜기 훈련’을 했다.
팀의 공식 해체일(2011년 12월31일)이 다가오자 선수들은 자포자기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명복희를 비롯해 3명이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12월 2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진정서를 올렸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운명이 내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이들의 사정을 들은 SK그룹 최태원 회장(대한핸드볼협회장)이 '어떻게든 선수들을 살리라'는 지시를 내렸고, 용인시청 핸드볼 팀은 SK 계열사 소속 실업팀으로 재탄생했다. 여자 핸드볼 팀 중 유일한 기업 소속 팀이다.
이들의 처지는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SK핸드볼경기장이 공식 훈련장이 됐다. 숙소는 경기장에서 15분 거리인 하남시에 새롭게 마련됐다. 강경택 전 용인시청 코치는 "9일에만 해도 오전엔 하남의 남한 고등학교에서, 오후엔 인천에 있는 흥국생명 여자 배구단 훈련장에서 운동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