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민 구단들이 승강제 실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2부리그로 떨어지면 팀이 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당장 눈 앞의 걱정을 피하기 위해 강등되는 팀 숫자를 4개에서 2개로 줄이자고 호소하고 있다. 가능한 변화의 폭을 줄이자는 거다.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박용철 프로연맹 홍보부장은 “승강제는 2부리그를 죽이려는 제도가 절대 아니다. 프로축구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변화”라고 말했다.
▶일본
일본은 한국보다 10년 늦게 프로축구를 출범했지만 승강제는 10년 넘게 빨리 실시했다. 2부리그로 강등돼도 지역 밀착형 마케팅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으로 성공 사례들이 많다.
1998년 J1에 처음 승격된 콘사도레 삿포로는 시민구단이다. 시민들이 약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삿포로는 1998년, 2001년, 2002년, 2008년에만 J1에서 뛰고 나머지는 J2에 소속됐었지만 구단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그래픽 참고>
삿포로는 2003년 거액 선수 영입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로 5∼6년 팀을 리빌딩하겠다는 계획을 선포했다. J2에 맞는 재정을 꾸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더불어 홋카이도의 212개 지역 축구교실에 적극 참여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 활동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을 유도했다.
타케미 야하기 삿포로 사장은 지난해 8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2부리그로 강등되면 관중 수는 줄고 스폰서도 일부 떨어졌다. 선수들이 시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해 지역에 꼭 필요한 팀이라는 이미지로 관중을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삿포로는 J2에서도 꾸준히 평균 1만 관중을 삿포로돔으로 불러 모았다. J2에서 평균 관중 1만명 이상 구단은 2~3개팀 밖에 없다. 삿포로는 지난해 J2에서 3위를 차지, 4년만에 다시 J1에 컴백했다.
제프 유나이티드는 1993년 J리그 출범 후 2009년 처음으로 최하위를 기록, 2부 리그에 강등됐다. 2010시즌을 앞두고 몇몇 스폰서의 지원이 끊어지며 위기를 맞았다. J2에서 제프 유나이티드는 지역 마케팅으로 관중 수를 오히려 늘렸다.
은퇴한 유명 선수를 활용해 지역 커뮤니티나 이벤트를 통해 시민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렸다. 연고지 이치하라 내 198개의 유소년 클럽을 대상으로 선수단 축구 클리닉을 1년에 210회나 가졌다. 덕분에 큰 스폰서들이 떨어져 나갔지만 지역의 작은 스폰서들을 끌어모아 재정 지원을 충당했다.
J1에서 중하위권에 처지다가 J2에서 상위권을 유지하자 지역민들의 관심이 도리어 더 커졌다. 2000년대 후반 J1에서 평균 관중이 6000~7000명에 그쳤던 제프 유나이티드는 J2 첫 해인 2010시즌에 평균관중은 1만3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치였다.
▶중국의 경우
중국 또한 승강제가 상당부분 정착됐다. 한국과 일본에 이어 뒤늦게 프로리그를 출범시킨 후발주자지만, 2004년 슈퍼리그(1부리그)와 갑급리그(2부리그) 사이에 승강제가 실시된 이후 매 시즌 승격팀과 강등팀이 고르게 주목받고 있다.
중국 무대에서 1부리그와 2부리그를 모두 경험한 김용갑 광저우 헝다 수석코치는 "승강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2부리그 또한 1부 못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1·2부를 오르내리는 몇몇 팀들의 경우 2부에서도 평균 1만 명이 넘는 관중들을 불러모은다"고 전했다.
올해 심천과 청두가 강등됐지만, 해체 등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강등되면 아쉬워하지만, 곧장 1부리그로 다시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팀을 재정비한다. 심천은 강등이 됐지만 감독 트루시에를 유임시켰다. 1부리그로 다시 올라가기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1부냐 2부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 팬들의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코치는 "2부리그 소속팀들 중에는 승격을 목표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2부리그로 강등된 팀의 팬들이 '내년에 곧장 1부로 복귀하자'며 자발적인 응원 캠페인을 펼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 평균관중 1위’ 독일 분데스리가의 축구 열기
유럽 축구를 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최고 인기를 누리지만 관중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가 잉글랜드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1부리그 뿐만 아니라 2부리그도 탄탄하다. 2부리그 상위권팀들은 1부리그의 중하위팀들보다 평균 관중수가 더 많은 경우도 있다.
2010-2011 시즌 2부리그의 헤르타 BSC는 경기당 평균 4만에 가까운 3만8825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0-2011 시즌 1부리그의 베르더 브레맨(3만7367명) 호펜하임(2만9871명) 볼프스부르크(2만 8887명) 레버쿠젠(2만8633명) 등을 능가하는 수치다.
1부리그에서 헤르타 BSC보다 평균 관중수가 적은 팀이 7개팀이나 됐다. 2부리그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면 팬들이 관심도가 높아져 1부리그에서 변변치못한 성적을 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잉글랜드 2부리그(챔피언십)는 리즈 유나이티드가 2010-2011 시즌에 경기당 평균 2만6733명으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