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정명옥(30)에겐 실명보다 방정현과 일순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그는 지난해 MBC '웃고 또 웃고-나도 가수다'에서 가수 박정현과 인순이를 소름끼치게 패러디해 데뷔 3년만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목소리와 표정은 물론이고 미세한 손끝 움직임까지 흉내내 새로운 인간복사기의 탄생을 알렸다. 2008년 MBC 공채개그맨으로 시작해 무명생활을 계속해오다 3년여만에 빛을 보게 된 셈이다. 결국 정명옥은 방정현과 일순이 캐릭터로 지난해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일적인 성공 외에도 2011년은 정명옥에게 특별하다. 1월초 10년 동안 사귀어온 남자친구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알찬 한해를 보내고 행복한 신년을 맞은 정명옥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신인상 수상을 예감했나.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내심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시상식 날짜가 다가오면서 '수상소감에 내 이름도 붙여달라'는 선·후배들의 로비가 이어지기도 했다.(웃음)"
-방정현과 일순이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일순이는 다른 동료개그맨들도 탐을 많이 냈던 캐릭터였다. 특히 김세아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사실 노래실력은 내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웃기는 것에 포인트를 잡았더니 결국 그게 통했다."
-노래도 잘 부르는 것 같던데.
"그게 요즘 걱정이다. 노래를 계속 하니까 진짜 조금씩 느는 것 같다. 예전에는 서툴고 헤매면 방청객들이 웃어주고 그랬는데 최근에는 노래실력이 늘어서인지 컨셉트를 벗어났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방정현 캐릭터를 처음 연기했을 때는 행사를 나가도 웃음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지금은 관객들도 감동을 받아야하는지 웃어야하는지 난감해 하는 것 같더라. 고민이다."
-박정현과 인순이를 직접 만나봤나.
"너무 과장되게 흉내내는 게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박정현씨 대기실을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한 적이 있다. 다행히도 나를 보고 오히려 '너무 똑같다'며 좋아해주셨다. 마음이 좀 놓였다. 하지만 인순이 선배는 겁이 나서 아직 찾아뵙지 못했다."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대학교 때 연극교육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2학기만 하고 중퇴했다. 임용고시도 보고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꿈도 가지고 있었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개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최종적으로는 가늘고 길게 방송하면서 이홍렬 선배처럼 제자들을 키워내는 교수를 하고 싶다."
-시상식 때 남편이 무대에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직업은 태권도 사범인데 은근히 방송욕심이 있다. 시상식 당일 직접 미용실까지 다녀오면서 준비를 했다.(웃음)"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데뷔했는데.
"2006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SBS 개그 아카데미에서 지망생들을 가르쳤다. 허안나·황제성 등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내가 선배라고 부르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가르친 제자들에게 선배라고 부르는게 너무 어색했다. 하지만, 야단맞고 얼차려를 받으면서 차츰 익숙해졌다. 공채시험 늦게 본 내가 죄인이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