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성환(36)은 18일 오후 9시 김해공항에서 사이판행 비행기를 탄다. 팀 야수조의 1차 전지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가방엔 2루수 글러브와 함께 1루수 미트를 함께 챙겼다.
1루수 미트는 조성환에게 매우 낯선 물건이다. 조성환은 1999년 롯데 입단 뒤 한 번도 1루수로 뛴 적이 없다. 2004년까진 3루수로 주로 뛰면서 2루수와 유격수를 겸했다. 2008년 롯데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선 2루수로만 기용됐다.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총 427경기 가운데 선발 2루수 출전이 416경기. 나머지 11경기는 교체 출전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1루수와 2루수를 겸할 가능성이 생겼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로 떠난 이대호의 후임 1루수로 왼손 타자 박종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박종윤은 지난 두 시즌 우투수 상대 타율이 0.279였지만 좌투수 상대론 0.233으로 고전했다.
상대 왼손 투수를 상대할 오른손 1루수가 필요하다. 양 감독의 구상에서 박종윤의 플래툰 파트너 역할을 맡아줘야 할 선수가 조성환이다. 1루수 자리에 걸맞은 타격을 해 줄 선수는 조성환 외에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성환도 팀 사정을 안다. 그는 "내가 1루수로 가서 팀이 더 강해진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떠밀리듯 1루로 가진 않겠다. 그렇다면 팀에게나, 나에게나 모두 좋지 않다"고 했다.
롯데는 2루수 포지션에도 후보가 많다. 2006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손용석은 지난해 49경기에 출전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군에서 강타자로 이름을 날린 정훈도 지난해 1군에서 33타수10안타(타율 0.303)을 기록했다. 여기에 수비가 뛰어난 대졸 신인 신본기도 경쟁에 합류했다. 어차피 구단은 장기적으로 노장 조성환의 후임 2루수 후보를 키워야 한다. 조성환은 팀 공격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1루수 미트를 기꺼이 끼겠지만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조성환은 올 시즌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2008~2010년 세 시즌 동안 조성환의 타율은 0.322. 그러나 지난해 타율은 0.243으로 처참하게 떨어졌다. 시력 이상으로 히팅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즌에 대한 부담도 컸다. 그 결과 조성환은 지난 시즌 뒤 FA 협상에서 2년간 7억5000만원 제시액에 사인을 해야 했다. 조성환은 "올해마저 부진한다면 구단의 평가가 옳았다는 게 입증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내심 갖고 있는 올해 목표는 2루수 골든글러브 탈환이다. 목표가 달성되긴 위해선 자신의 재기와 박종윤의 선발 1루수 적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러면 롯데는 더 강한 팀이 된다. 하지만 조성환이 먼저 해야할 일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이 여전히 공·수 양면에서 롯데 최고의 2루수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롯데 2루' 조성환 vs 도전자들
선수=나이=연차=2011년 타율=비고 조성환=36=13=0.243(407타수99안타) 손용석=25=6=0.263(57타수15안타) 정훈=25=2=0.303(33타수10안타) 신본기=23=1=없음=2012년 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