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가 16일 너저분한 경기 끝에 베테랑 포인트가드 데릭 피셔의 결승 3점포로 댈러스 매버릭스를 73-70으로 제압했다. 취재를 마치고 스테이플스센터 기자실에서 막 나오는데 텅빈 길거리에 한 4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여기저기 계속 두리번거리며 서성이고 있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괴짜' 구단주 마크 큐반(53)이었다. 남색 스웨터와 청바지 차림에 보디가드도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기회다 싶어 두 손을 주머니에 꾹 넣은 채 걷고 있는 그에게 다짜고짜 다가갔다.
끄떡하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터트리는 등 NBA 사무국으로부터 지금까지 그가 받은 벌금만 130만 달러. 스포츠계 최고의 다혈질 구단주로 통하는 인물이지만 지난 시즌 댈러스를 NBA 우승으로 이끈 뒤엔 성질이 많이 죽은 듯한 모습이다. 그는 기자의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대답했다.
"설문조사를 보면 LA 시민들의 대다수가 당신이 다저스의 새 구단주가 되길 바란다"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다저스 매물 얘기부터 꺼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큐반은 생각조차 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Absolutely no way man!)"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다저스의 가격이 말도 안되게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는 것. "난 다저스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10억 달러 이상이 될 이유가 없다(No way it should be more than 1 billion)"고 못 박았다.
큐반 말대로 다저스가 매물로 나온 이후 거물급 인사들이 다저스 매입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이 계속 치솟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랭크 맥코트 구단주가 최근 폭스 스포츠의 12억 달러 제안을 거절하며 '20억 달러라면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할 정도다.
LA타임스를 비롯해 여러 언론매체와 스포츠 관계자들도 맥코트가 최소 16억~20억 달러는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큐반이 매입 경쟁에는 나선 것으로 보도됐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큐반의 자산은 25억 달러. 포브스에 따르면 이 가운데 댈러스 구단 가치가 4억3800만 달러 정도 된다.
화제를 농구로 돌렸다.
이날 스테이플스센터에는 클리퍼스와 레이커스의 더블헤더 경기가 펼쳐졌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 투나잇' '액새스 할리우드' 등 연예프로그램 미디어가 대거 찾아와 눈길을 모았다.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카다시안 따라잡기(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의 클로이 카다시안의 남편인 라마 오덤이 댈러스 이적 후 첫 레이커스전을 가졌기 때문. 또 이에 앞서 클리퍼스-뉴저지전이 벌어졌는데 뉴저지에는 최고의 리얼리티 스타 킴 카다시안과 결혼-이혼을 72일 만에 해치운(?) 파워포워드 크리스 험프리스가 뛰고 있다. 경기장에서 어떤 드라마가 터질지 몰라 TV 카메라가 줄곧 카다시안 가족들을 따라 다녔다. 큐반도 "(이들의 어머니인) 크리스 제너와 담소를 나눴다"며 "라마를 잘 대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댈러스에 가면 나한테 저녁도 한 번 사주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오덤이 올 시즌 들어 너무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난 농구에서 박스 스코어 만큼 과대평가 받고 있는 자료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의 기여도를 제대로 말해주지 못한다. 일단 라마의 출전시간을 보면 그리 부진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9일 동안 7경기를 막 치러 지쳐있는 팀 그리고 3일간 푹 휴식을 취해 에너지가 넘치는 팀과 상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기록이 그걸 말해줄 수 있나?"라며 대다수 농구 기록이 전체적으로 낙후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댈러스가 17일 현재 8승6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2년 연속 우승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우리 팀의 수비를 보라.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다. 공격만 살아나면 위험한 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댈러스는 NBA에서 대표적인 공격 팀으로 유명하지만 올 시즌 들어선 평균 88.5점만 내주는 짠물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6경기서 상대팀을 모두 86점 이하로 묶었고 지난 14일 경기선 새크라멘토에 60점만 내주며 프랜차이즈 한 경기 최소실점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