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하게 차려진 한정식 코스. 떡갈비, 삼합, 과메기를 비롯해 색색깔의 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지만 김단비(22·신한은행)의 눈은 오로지 김치와 김치찌개에 고정됐다. 당장이라도 음식을 삼켜버릴 듯한 기세로 쳐다보는 통에 말을 걸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김치찌개를 한 술 뜨자 표정이 밝아졌다. 돼지고기와 함께 한 술 크게 떠먹는 모습은 복스럽기까지 했다. "맛있다"를 연발하는 김단비는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여자농구 최고 얼짱 중 한 명인 김단비는 "돼지고기와 김치찌개를 즐겨 먹는다"고 했다. 카페에서 와플에 커피를 곁들인 브런치를 즐길 것같은 새침한 외모지만 식성은 딴판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파스타, 피자를 먹을 나이였지만 "갖춰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먹는 한식이 좋다"고 말했다. 체중 관리에도 신경 쓸 나이지만 김단비는 "체력 유지를 위해 많이 먹어야 한다"고 순진하게 미소지었다. 운동 선수 특유의 건강하고 솔직한 기운이 고운 얼굴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김치찌개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 스테이크를 파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도 김치를 찾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김치가 좋고, 한식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고기도 좋아했다. 특히 김치찌개에는 반드시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한다. 내가 집에 가는 날이면 항상 김치찌개만 찾는다."
-고기도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다고 들었다.
"돼지고기를 좋아하지만 시즌 중에는 소고기나 닭고기를 주로 먹는다.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많아 몸을 무겁게 한다고 해서 감독님이 먹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가끔 외박이나 휴가를 얻으면 밖에 나가서 사 먹는다. 최근 휴가 다녀와서도 돼지고기를 먹고 왔다. 고기를 잘 먹어서 그런지 체중도 꽤 나간다. 몸싸움을 하려면 어느 정도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아마 내 체중을 알면 놀라실 거다. 그러나 몸무게는 비밀이다."
몸무게 70kg인 기자가 김단비에게 "나와 비슷한가"라고 체중을 재차 묻자 “대충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며 웃었다.
-다 잘 먹는 것 같다. 못 먹는 음식도 있나.
"비린내 나는 생선은 잘 못 먹는다. 과메기도 예전에는 싫어했는데 지방에 사는 언니들이 집에서 보내준 것을 먹어보라고 해서 먹어본 후부터 적응됐다. 그리고 당근·오이 같은 채소를 싫어해서 안 먹는다. 토마토 알르레기도 있다. 초등학교 때 억지로 먹었다가 운동을 며칠 쉬었다. 어릴 때 장염이 자주 걸려 응급실에 자주 갔다. 어머니가 아무 거나 먹이면 탈 날까봐 내가 먹고 싶다는 것만 먹게 했다. 언니들은 내가 편식한다고 뭐라고 하더라. 그래도 운동하면서 식성이 많이 나아진 편이다."
-오늘 차려진 한정식 코스는 전부 다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아, 홍어 삼합도 냄새 때문에 못 먹는다. 이번 시즌 전 일본 프로팀이 전지훈련을 와서 같이 훈련하고 회식을 했다. 한 선수가 나에게 먹어보라며 삼합을 주기에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냄새가 역하고 씹어 넘기기가 힘들어서 김치를 왕창 집어넣어 그냥 삼켜버렸다."
김단비와의 인터뷰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중인 지난 13일 이뤄졌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오랜만에 여유를 찾은 김단비는 맛있는 음식을 먹자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수다를 떨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자농구 얼짱으로 꼽힌다.
"과찬이다. 나는 한 10위권 정도나 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김연주·최윤아(이상 신한은행) 한채진(KDB생명) 언니가 제일 예쁜 것 같다. 우리 팀에 예쁜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코가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데 성형수술을 했나. 예뻐지고 싶어서 한 건가.
"부상 때문에 2009-2010 시즌을 마친 후 수술했다. 그 전부터 이미 다쳐서 조금 휜 상태였다. 그런데 운동하면서 계속 팔꿈치에 맞으니 더 휘게 되더라. 수술 결과는 만족스럽긴 한데 너무 코가 커진 것 같긴 하다. 실리콘이 들어갔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튼튼해졌다고 하더라(웃음). 올해 팬사인회를 하는데 한 팬이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냐'고 물어서 ‘코 수술하고나서부터 예뻐졌다’고 말한 적은 있다."
-키는 언제 그렇게 컸나.
"초등학교 5학년 때 160cm 정도였는데 1년 사이에 168cm까지 자랐다. 그 후로는 10cm 정도 밖에 안 컸다. 농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센터를 봤는데 키가 커지지 않아 나중에는 센터를 포기했다."
-키 크려고 따로 챙겨먹은 음식이 있다면.
"나는 어릴 때 키 크는 게 창피했다. 우유를 많이 먹어야 하는데 일부러 안 먹었다. 엄마는 키가 더 커야 한다고 일찍 재우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고 다녔다. 지금은 키가 더 크고 싶다. 한의원에서는 180cm 넘게 큰다고 했었는데 아쉽다.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현재 키를 유지하고 있다."